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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 동의 없이 수술…대법 “11억원 배상해야”
조직 검사 위한 전신 마취 중 오른쪽 폐 일부 제거
“동의 없는 수술, 주의의무와 설명의무 모두 위반”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환자의 동의 없이 오른쪽 폐 일부를 제거한 대학병원 의사와 학원 재단이 환자에게 11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변호사 오모 씨가 학교법인 가톨릭 학원과 의사 박모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오씨의 동의 없이 우측 폐상엽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한 것은 의사에게 요구되는 의료행위상 주의의무와 설명의무를 모두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의사의 설명의무는 그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다”며 “의사가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씨는 2016년 건강검진 결과 결핵이 재발했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를 듣고, 그해 2월 서울성모병원에 내원해 흉부방사선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오씨의 오른쪽 폐 일부에서 병변이 진행 중인 것을 본 호흡기내과 전문의 A씨는 오씨에게 조직 검사를 권유하며, 흉부외과 전문의인 박씨에게 협진을 의뢰했다. 이후 박씨는 오씨가 조직 검사를 위해 일부 절제한 오른쪽 폐 부위가 염증 때문에 치유가 잘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오씨의 명확한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해당 부위 전체를 제거했다. 당시 오씨는 조직 검사를 위해 전신 마취 중인 상태였다. 이에 오씨는 대학병원 재단인 학교법인과 박씨를 상대로 2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주의의무와 설명의무를 위반한 박씨와, 박씨의 사용자인 가톨릭 재단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박씨와 재단의 손해배상 책임을 70%로 제한해, 14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오씨의 치료비와 소득, 노동능력상실률과 가동연한, 위자료 등을 계산한 금액이다.

항소심도 박씨와 가톨릭 재단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항소심은 만 60세 이후 일반 파트너 변호사의 월 급여가 하향 감소할 수 있는 점을 이유로, 만 60세 이후에도 현재 수준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오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항소심은 박씨 등이 오씨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을 11억여원으로 낮췄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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