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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인공지능(AI) 시대, 아는 만큼 실천할 수 있다

며칠 전 가락시장에서 제법 큰 정육가게를 운영하는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다. 전에는 고기를 납품할 때 영수증을 주고 왔는데, 요즘은 견적서부터 온라인으로 요청하니 컴퓨터를 배우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고 말한다.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무슨 말이냐고 하겠지만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 상경해 자수성가한 그 친구에게는 컴퓨터로 하는 모든 일이 정육을 저미는 일보다 훨씬 어렵고 두려운 것이리라.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시대다. 어느 날 우리 곁에 인공지능을 장착한 전기자동차가 달리고, 이름만 부르면 반응하는 AI스피커가 집집이 자리 잡았다. 전 세계인이 즐겨보는 유튜브 콘텐츠는 AI가 추천하고 번역해준다. 30년 전, PC와 인터넷이 생활 일부가 돼갔던 것처럼 우리는 인공지능 기반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와 다르게 교육 현장의 시간은 다소 더디다. 교육과 현장 간 시차가 클수록 어려움을 겪는 건 우리 사회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학생들은 어떤 경로든 AI 관련 교육을 받지만 그렇지 못한 청년들은 빠른 기술 변화를 영영 따라잡을 수 없다. 이들이 이끌어나갈 대한민국의 발전도 지체될 수밖에 없다. ‘AI시대의 알파벳’이라고 할 수 있는 코딩과 프로그램 언어도 교육받지 않은 학생들이 양산된다면 말이다.

물론 지금은 초등학교부터 코딩교육을 시작해 몇 년 지나지 않으면 우리나라 학생 상당수가 기초적인 인공지능 알파벳에 익숙해질 것이다. 수학을 포기한 이른바 ‘수포자’들도 손쉽게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AI시대를 맞은 대학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한국폴리텍대학은 기존의 다양한 산업기술에 인공지능 기술을 융합해 기술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AI+x’ 인재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전국 40개 캠퍼스, 246개 학과에 인공지능 교육을 접목하기로 하고, 1200여명 교수진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기술 세미나를 진행했다. 뿌리기술 분야부터 국가기간·전략산업 분야까지 기술교육의 최전선에 선 폴리텍대학이기에 가능한 ‘직업교육훈련 혁신’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전공자 대상으로는 파이썬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한 머신러닝 알고리즘 실습 등 심화교육을, 기타 전공자 대상으로는 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인공지능 등 친화교육을 실시하는 투트랙(Two-Track) 방식으로 2학기부터 전면 교육에 들어간다. 특히, AI 친화교육은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native·원어민)’ 청년층에 수용성이 높다. 다양한 분야 기술인재들의 DNA에 새겨져, AI시대 생존을 돕는 필수 교양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제 막 대한민국은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세계는 AI 기술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전쟁 중이다. 미국은 AI 특허나 전문인력을 선점하고 있고, 중국은 연 780만명에 달하는 대학생이 코딩교육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AI시대 인재들은 무엇이 필요할까? 과학기술 인재 육성으로 오늘날 부흥을 일으킨 한국 사회가 마주한 질문이다. 공공 직업기술교육대학인 폴리텍에 던져진 질문이기도 하다.

폴리텍은 ‘일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변화하는 산업기술 현장에서 생존하고,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람을 키워내는 것부터 실천하고 있다. 더 빨라지는 기술융합과 산업 동향 변화 속에서 생존해나갈 인재, 뿌리기술과 전통 제조업에도 AI 기술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데 집중하고 있다.

AI시대, 새로운 지식 기반 인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길에 힘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인공지능 일상에서 사람이 소외되지 않고, 기술과 산업 현장을 주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조재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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