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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자산버블 확인시킨 섬뜩한 국민대차대조표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0년 국민대차대조표’는 한 마디로 섬뜩하다. 국민경제에 자산거품이 잔뜩 끼었다는 점을 이보다 확실하게 각인시켜주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계 순자산은 1경423조원으로, 2019년보다 1110조원 증가했다. 증가율이 무려 11.9%나 된다. 가계 총자산을 추계 가구 수로 나눈 가구당 순자산은 5억1220만원으로, 전년에비해 4923만원이나 늘어나 5억원대로 들어섰다.

이유는 단순하고 분명하다. 늘어난 부채보다 자산의 가격이 더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계의 금융 부채는 172조6000억원, 9.2%나 늘었다. 전년 증가율 5%의 거의 두 배다. 그만큼 ‘영끌’과 ‘빚투’가 횡행했다는 증거다.

그 결과 주식과 예금 등의 금융자산은 555조2000억원, 13.9%가 늘었고 주택과 토지를 비롯한 실물자산은 727조4000억원, 10.1% 증가했다. 부동산 시세의 총합이랄 수 있는 주택 명목 시가총액은 5721조6672억원이다. 1년 만에 662조4760억원, 13.1%가 늘었다. 특히나 가계 자산의 60~70% 정도가 부동산이다.

그런데 전체 순자산 증가의 80%가 토지 자산의 상승에서 나왔다. 지난해 토지자산의 GDP 대비 배율은 5배로, 전년의 4.6배보다 높아졌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재산 증가의 핵심이란 얘기다.

물론 단순히 빠른 가격 상승만으로 버블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성장과 소득 증가가 뒷받침된다면 가격 상승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온 나라 경제가 꽁꽁 얼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생존의 기로에서 허덕인 게 지난해다. GDP 성장률이 -1.0%였다. 그런데 재산은 부동산을 중심으로 10% 넘게 불어났다. 이게 거품이 아니고 무엇인가.

거품은 언젠가 꺼진다. 영원히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가격이란 없다. 경기 순환의 역사가 그걸 말해준다. 길고 짧은 순환의 주기만 달라질 뿐이다. 거품 붕괴의 진폭을 줄이자는 게 금리정책이다. 이미 통화 당국은 줄기차게 무리한 투자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심지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모두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에 대놓고 공감한다. 기정사실이 실시 시기만 남긴 셈이다.

지금 같은 초저금리에서 1~2% 금리가 오른다고 뭐 대수냐는 얘기도 나온다. 거품이 꺼질 걸 알면서도 가장 늦게까지 즐기다 빠져나가겠다는 헛된 욕망이다. 금리가 오르면 증시건 부동산이건 매수세가 사라진다. 오를 때보다 더 삽시간이다. 급매물은 나오게 마련이고 그건 붕괴의 시작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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