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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열여덟 어른’을 응원합니다

‘열여덟 어른’, 많이 들어본 듯하면서도 어색한 말이다.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거나 갓 졸업했을 열여덟이 어른이라니? 특히나 요즘처럼 청년들이 살아가기 퍽퍽한 세상 속에 혼자 삶을 책임지는 어른이 되기란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정말로 열여덟에 어른이 돼야만 하는 이들이 있다.

보호자가 없거나 아이를 키우기 어려워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호 중인 아동은 2020년 기준 2만4000여명이다. 이 중 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보호가 종료되는 아동은 해마다 2500여명에 이른다. 당장 밖에 나가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들에게 세상은 막막하기만 하다.

2019년 자립수당 도입, 주거지원 통합 서비스 신설과 같이 보호 종료 아동을 위한 많은 제도적 변화가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자립정착금을 높이고 민간과 협력해 희망디딤돌센터를 개소했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 자립을 준비하면서 맞닥뜨리는 현실은 여전히 어렵다. 보호 종료 아동의 월평균 소득은 127만원 수준이며, 20.6%가 고시원, 숙박시설, 노숙 등 주거 불안을 겪는다. 대학진학률은 같은 세대보다 낮고 실업률은 두 배가량 높다. 심각한 것은 두 명 중 한 명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보호 종료 아동의 자립에 정말 필요한 것은 뭘까. 자립은 기본 의식주에서부터 진로·취업·심리 등 여러 분야를 망라하고 있어, 아동 개개인의 욕구와 특성·여건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정답이 하나일 수 없다. 정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보호아동의 의사가 보호 연장과 종료를 결정하는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들을 자립의 능동적 주체로 보고 선택권을 보장하는 취지다. 지금까지는 아동의 의사와 무관하게 보호 종료되는 사례가 많았다.

새 제도가 도입되면 현장에서는 보호 종료를 결정할 때 아동의 선택을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 24세까지 별도의 요건이 없더라도 보호를 연장할 수 있으므로 보호기간도 현실화할 수 있다. 보호 연장이 자립을 지연시킨다는 우려도 있지만 충분한 보호는 먼 미래의 자립 가능성을 높인다. 미국에서는 보호 연장 효과로 대학졸업 확률이 두 배로 증가하고, 1인당 평생소득이 약 7만2000달러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간 국회에서 보호 연장 강화를 위한 많은 움직임이 있었던 만큼 사회적인 합의도 충분히 이뤄갈 수 있을 것이다.

보호 종료 아동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도움받을 사람, 조언해줄 어른이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보호 종료 아동을 위한 자립지원 전담기관을 운영하고, 여기에 대상자별 자립지원 담당자를 배치할 계획이다. 이들은 대상자의 자립생활에 대해 주기적으로 상담하고, 주거·진로·취업·심리 등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도 지원하게 된다. 더불어 자립수당과 아동발달지원계좌 확대 등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얼마 전 보호 종료 아동 명칭 선호도 설문조사에서 ‘자립 준비 청년’이라는 용어가 많은 이의 선택을 받았다. ‘보호의 대상’이라는 관점보다 ‘자립의 주체’라는 인식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이들이 우리 사회와 함께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길 기대해본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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