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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책신뢰 떨어뜨리는 경제수장의 부동산 자화자찬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1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나타낸 ‘임대차 3법 시행 1년에 대한 평가’는 듣는 이를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나라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부총리의 인식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단편적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부동산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아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안 그래도 지난해 전셋값 통계를 바꾸며 물타기를 한다고 비난을 받았던 그는 이번에도 원하는 통계만 인용하며 임대차 3법(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 신고제)으로 서울시민의 주거안정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근거로는 서울 100대 아파트의 임대차 갱신율이 법 시행 전 57.2%에서 지금은 77.7%로 높아졌고 임차인 거주기간도 평균 3.5년에서 약 5년으로 증가했다고 했다.

임대차 3법의 조기 안착을 그렇게 주장해온 그로선 원하는 것만 보이는 게 당연한 일이다. 일부 지표로만 보면 틀린 얘기도 아니다. 하지만 물밑에 감춰진 시장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우선 가격과 수급 얘기가 빠졌다. 지난 1년 동안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는 25% 이상 올랐고 매물은 15% 이상 줄었다. 꾸준히 부동산시장을 조사해온 KB국민은행의 통계다. 신규냐 갱신이냐에 따라 같은 동 아파트의 전세 가격이 50% 이상 차이 나는 곳도 부지기수다. 갱신권이 끝나는 내년 하반기엔 더 큰 폭의 계단식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집주인과 세입자 간 임대차 3법 관련 갈등은 무수히 늘었다. 올 상반기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분쟁조정 신청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배다. 임대차 3법의 긍정 효과에 비해 무리한 시장 개입이 불러온 부작용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홍 부총리 자신조차 갱신권의 피해를 입은 당사자 아닌가.

따지고 보면 홍 부총리의 부동산 관련 언급은 오래전부터 희망고문의 연속이었다. 임대차 3법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 그는 각종 주택공급대책을 내놓으며 가격하락을 예상했었다. 임대차 3법이 발효되기도 전에 이미 전셋값은 치솟았지만 그는 곧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국 8월 들어 송구하다며 사과 발언을 했다. 지난해 9월 법정 전월세 전환율을 4%에서 2.5%로 낮추며 전세시장 안정에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SH공사 등 공공기관을 제외한 시장의 실제 전환율은 아직도 4~6%에 달한다.

지금도 홍 부총리는 “서울의 집값이 높으니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플레가 시작됐고 거품이 꺼질 날은 곧 올 테니 옳은 말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를 따져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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