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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사모펀드 규제의 명과 암

지난달 금융 당국은 사모펀드 관련 자본시장법 하위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발생시킨 ‘라임-옵티머스 사태’ 후속 대책 중 하나다. 국내 사모펀드는 외환위기 이후 해외 사모펀드의 국내 진입 급증으로 인한 자본시장의 ‘윔블던 효과(Wimbledon Effect)’ 우려를 해소하고 국내 자본에 의한 기업 인수와 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취지로 도입됐다. 2008년 기준 127조원으로 공모펀드의 절반 수준이었으나 2016년부터 공모펀드 시장 규모를 추월했고, 2020년에는 428조6000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사모펀드의 급속한 성장 배경에는 환경 요인과 정책 요인이 있다. 사모펀드는 공모보다 제약이 적어 투자할 수 있는 범위가 넓고, 레버리지 효과가 높아 저금리 시대의 투자 대안으로 관심받았다.

자금 수요자 측면에서도 각종 규제와 장기간 시간이 소모되는 기업공개(IPO) 대신 최소한의 규제만 존재하는 사모시장 활용이 훨씬 용이해 사모펀드 쏠림 현상을 가속화했다. 이러한 환경 요인에 더해 금융 당국은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의 활성화 정책 등 적극적 사모펀드 육성정책을 펼쳤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이 같은 규제 완화와 관리 부실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정부 역시 책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전문 사모운용사를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꿔 애초 투자자문사로 설립됐던 라임자산운용은 업계 1호 전문 사모펀드운용사로 간판을 바꿔달 수 있었다.

물론 그동안 사모펀드는 정책금융이 담당하지 못하는 기능을 톡톡히 해냈다. 사모펀드는 지금까지 스타트업과 같은 중소기업들의 운전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담당했다. 이러한 결과, 코스닥 상장사 기준 전환사채 발행액이 지난 2010년 2조원 규모에서 2020년 10조원 가까이 5배가량 증가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이 규제 완화, 투자자 증가, 피해자 증가, 규제 보완의 무한 루프 같은 유사 정책으로는 사모펀드 글로벌 경쟁력 확보나 투자자 보호 모두 더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 입법안 중 비시장성 자산 50% 초과 시 개방형 펀드 금지 규정은 시의성이 있다. 이에 더해 사모펀드시장 본연의 신뢰받고 건전한 모험자본시장으로의 성장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 다음과 같은 시장 견제와 균형 기능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먼저 시장 견제는 상시 감시 체계 고도화가 필요하다. 감독 당국의 제한된 인원으로 시장 전체의 상시 감시 체계를 구축하기 어렵다. 해외 사례와 같이 시장이 그 기능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이번 입법안에 판매사와 수탁사의 운용사 감시·견제 의무 도입을 포함하고 있으나 라임 사태 당시 운용사와 공모한 프라임브로커(prime broker)를 경험한 투자자로서는 아직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사모펀드시장은 내생적으로 정보 비대칭이 클 수밖에 없고, 판매사와 운용사는 펀드 성과에 상관없이 수수료를 취하는 소비자에게 불합리한 구조로 돼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규제만으로 해소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사모펀드를 비롯한 특정 상품에 대해 올 9월 시행되는 금융상품자문업과 연계, 가입 전 자문 의무화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 구조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법상 상품유형별로 돼 있는 금융상품자문업자 요건을 CFP(국제재무설계사) 등 전문자격자들까지 확대하는 것이 필수로 선행돼야 한다.

사모펀드 규제의 명암은 규제를 강화하면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사모펀드 본연의 순기능이 약화되고, 규제를 완화하면 사모펀드 생태계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상기 시장 견제와 균형 관점에서의 해법이 사모펀드시장의 신뢰 회복과 발전의 묘수 찾기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용환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농협금융지주 회장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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