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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군과 정부의 총체적 무능이 불러온 청해부대 집단감염

아프리카 아덴만에 파병된 청해부대 34진 장병 301명 전원이 20일 공군 수송기편으로 급거 귀국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분노를 느낀다. 파병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철수하는 것만 해도 전례가 없는 일이고, 우리 군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치욕이다. 하물며 그 이유가 방역관리에 실패해 부대원 10명 중 8명 이상이 코로나바이러스에 집단감염된 탓이라니 더 참담한 일이다.

이번 사태는 두 말이 필요없는 군과 정부의 총체적 무능이 빚은 참사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 이역만리 해외로 우리 군을 보내면서 누구도 이들의 백신 접종 등 방역과 위생에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청해부대는 바다 위라는 특수한 지리적 환경에서 근무하는 만큼 더 세심한 방역 조치가 필요했다. 그런데도 질병관리청은 내국인 접종이 우선돼야 한다며 외면했고, 정작 이들을 챙겨야 할 군 당국은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했다.

대규모 집단감염을 막을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군과 방역 당국은 두 차례나 청해부대원 백신 접종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그저 통상적인 의견교환만 했을 뿐, 아무런 후속 조치도, 추가적인 논의도 없었다. 군 당국은 백신을 보관할 냉동시설이 부족하다거나 기항하는 국가들이 외국 군 백신 접종 허가를 해주지 않는다는 등 갖가지 이유를 대지만 핑계조차 되지 않는다. 백신을 아이스박스로 해상 공수하는 등 조금만 신경 써도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초기 확진자가 나왔을 때 제때 보고하고 조치를 취했어도 감염률이 이렇게까지 높지는 않았을 것이다. 군과 방역 당국의 무관심 속에 청해부대는 최악의 ‘집단의 깊은 감염 늪’에 빠졌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장병들은 타이레놀 1알로 40도 고열을 견뎌내야 했다. 국가의 존재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며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앞뒤 맥락으로 보아 군 당국에 대한 강한 질책처럼 들린다. 이어 서욱 국방부 장관이 뒤늦게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국방부 장관의 사과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군 수뇌부의 안이한 대처로 작전 중이던 부대원 전원이 배를 버리고 퇴각한 사건이다. 당연히 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군 수뇌부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마저 실기하는 일이 없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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