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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신 예약으로 효도하려 했는데”…부모 대신 광클한 대학생 ‘한숨’ [촉!]
부모 위해 백신 예약하려 몰려든 대학생
19일 오후 광클릭했지만 서버 ‘먹통’ 사태
2시간 뒤에도 혼란 지속…“예약 대기자 수만명”
‘9시58분에 하니 됐다’ 등 메시지·글 ‘혼란’
20일 오전 ‘백신예약 서버’ 정상 작동에도 불안감 여전
지난 19일 오후 11시께 질병관리청의 만 53~54세 대상 백신 접종 사전 예약 사이트에 33만여명의 인원이 대기 상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김지헌·신주희 기자] “PC방에 가서 해야 하나요?” “PC 말고 모바일로 해야 하나요?” “예약을 대신할 친구를 섭외해야 하나요?”

지난 19일 오후 8~10시 사이, 만 53~54세(1967~1968년생) 대상 백신 예약이 진행되는 시간에 20대 대학생들이 주로 찾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눈 코 뜰 새 없이 눈치작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부모 대신 백신 예약에 성공해 부모에게 효도하겠다는 생각으로 ‘광클릭(마우스를 빠르게 누른다는 뜻)’ 경험이 있는 대학생 자녀들이 발 벗고 컴퓨터 앞에 앉은 것이다.

하지만 초조함 속에 백신 예약에 나선 20대 대학생들은 이내 분노가 폭발했다. 질병관리청의 백신 사전 예약 시스템이 초반부터 서비스 접속 대기가 벌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는 사이트 접속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 나라는 백신을 맞는 것까지 경쟁이냐” “연결을 거부하는 사이트를 왜 만들었냐” 등 조롱과 비판을 쏟아냈다.

질병청은 이날 오후 8시45분께 보도자료를 내 “현재 사전 예약 접속자 쏠림으로 인해 원활하게 처리되지 않아 이를 해결하고자 클라우드 서버를 긴급 증설할 예정”이라면서 “서버 증설작업은 오후 10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온라인상 예약 시스템 페이지에선 오후 10시부터 예약이 시작된다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그러나 예약 재개시간인 오후 10시가 돼서도 혼란은 지속됐다. 오후 10시에 맞춰 힘겹게 접속해도 일부에서는 ‘8월 19일부터 예약 가능’이라는 문구가 뜨면서 예약이 안 되기도 했다. 몇 분 후 해당 에러는 수정됐지만 제시간에 접속하고도 예약 순번에서 밀린 사람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분노를 강하게 표출했다.

오후 10시에 맞춰 사전 예약 버튼을 누르지 않고 2~3분 전인 오후 9시58분에 접속했는데 예약됐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일각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시스템을 만든 것이냐”는 항의성 글이 오픈채팅방 등에 빗발치기도 했다.

지난 19일 오후 10시께 질병관리청의 만 53~54세 대상 백신 접종 사전 예약 사이트에서 ‘사전 예약’ 버튼을 눌렀더니, ‘8월 19일 20시부터 예약이 가능하다’는 오류 메시지가 떴다고 토로한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예약에 성공한 이들은 “효도에 성공했다”는 자축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백신 신청 성공 하나 가지고 감격의 글을 써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 “백신 사전 예약이 나훈아 콘서트 티케팅이냐” “예약에 성공 못해 부모님께 죄송하다” 등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예약 사이트 접속 허점을 활용하는 팁에 대한 공유도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됐다. 휴대전화로 접속해 대기창에서 비행기 모드를 껐다 켜며 시도하다 보면 접속된다는 팁이 공유됐다.

다른 사람의 백신 예약을 도와주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모(25) 씨는 “SNS인 인스타그램에 ‘도대체 부모님 백신은 어떻게 신청하는 것이냐’고 한탄하는 글을 올리자, 친구가 도와주겠다고 연락이 왔다”며 “이렇게 서로 도와가며 힘들게 접종받을 수밖에 없는 거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이날 오후 11시께 백신 예약 버튼을 누른 결과, 예약 접속까지 대기 인원이 33만7620명, 대기 예상시간이 약 93시간으로 나타났다.

이로부터 10시간 이상이 지난 20일 오전 9시30분 현재, 백신 사전 예약 시스템은 정상 작동 중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예약 버튼을 눌러도 확인문자가 제때 오지 않아 예약이 됐는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아직도 나온다.

raw@heraldcorp.com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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