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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 줄자’ 야스퍼스, 황봉주 돌풍 재우고 3쿠션 WGP 제패
상대를 질식시키는 공격력과 경기운영력 뽐내
대회 최대 복병 황봉주를 3-0 스트레이트로 일축
우승자 야스퍼스(가운데)와 준우승자 황봉주, 3위 김준태가 시상식 단상에 올랐다. [파이브앤식스 제공]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세계 최강 딕 야스퍼스(56·네덜란드)가 월드 3쿠션 그랑프리를 제패했다.

원주 호텔인터불고원주에서 여린 이 대회 266번째 경기이자 마지막 경기인 18일 5전3선승 세트제의 결승전. 야스퍼스는 플레이오프 준준결승부터 올라온 황봉주(38·경남연맹)를 맞아 세계 1위다운 경기력으로 세트 스코어 0-0으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우승트로피와 1억원의 우승상금을 거머쥐었다.

야스퍼스는 1세트를 18-3으로 일축하며 기선제압을 했다. 처음 경험하는 큰 대회의 결승전, 그것도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선수로 꼽은 야스퍼스와의 결승전이라는 부담감은 돌부처처럼 묵묵하게 이 자리까지 온 황봉주마저도 흔들었다. 마음을 다잡고 2세트에 나선 황봉주는 11점까지 쫓아갔으나 11점 하이런에 디펜스를 곁들인 노련한 경기 운영의 야스퍼스가 17-11로 또다시 세트를 가져갔다.

세트 스코어 2-0으로 황봉주를 절벽으로 몰며 개시된 3세트. 멘탈을 유지하지 못하고 실수가 늘며 패색이 짙어진 황봉주를 지켜보며 야스퍼스는 거칠 것이 없다는 듯 7이닝 13점 하이런을 뽑으며 23-4를 만든다. 20초를 남기고 황봉주에게 공격을 넘겼다. 황봉주의 마지막 샷이 빛나가며 야스퍼스가 두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18일간의 대장정을 끝내는 우승 세리머니.

‘인간 줄자’ 야스퍼스가 우승이 확정되자 큐스틱에 키스를 하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파이브앤식스 중계화면 캡처]

야스퍼스의 성적표는 가공할만하다. 결승전 게임 에버리지는 2.320. 이번 대회 22개 경기 전체 성적은 17승 1무 4패, 제러럴 에버리지는 2.308이다. 최고 하이런은 최완영과 32강 리그에서 거둔 20점, 두번째 하이런은 세미 세이기너와 16강 리그전에서 기록한 19점이다.

반면 빈공에 시달린 황봉주의 게임 에버리지는 이번 대회 개인 최저인 0.720에 그쳤다. 준우승상금으로서는 최고액인 5000만원의 상금을 위안삼았다. 결승전서 자기 기량을 내지 못하고 패한 황봉주는 좌석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눈물로 자책했다. 챔프 야스퍼스와 관전중이던 선수동료들이 다가와 위로해 주는 따뜻한 장면이 연출됐다. 황봉주호 태풍은 이 대회 결승에서 소멸했지만, 차기 대회에서 또한번 세계를 긴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 줄자’도 긴장하면 실수한다. 3세트 3이닝에서 얇게 뒤돌리기를 두께 미스로 실수한 장면. 이게 빌미가 돼 이번 결승전에서 처음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다. [파이브앤식스 중계화면 캡처]

‘인간 줄자’는 이변을 허용하지 않았다. 사실 이 대회가 이변 발생에 인색한 방식이기도 하다. 앞서 17일 끝난 8강 풀리그에서 1위의 성적으로 플레이오프 결승에 직행한 야스퍼스는 두 가지 어드밴티지를 갖고 경기에 나섰다. 하나는 1,3,5세트 초구를 행사할 수 있는 점, 나머지 하나는 결승전이 5세트라는 점이다. 초구를 쥔 세트는 아무래도 첫이닝 다득점이 용이해 유리하고, 세트 수가 많을수록 변수가 줄어들어 에버리지가 높은 선수가 승리할 확률이 높아진다.

결승전 해설을 맡은 허해룡 해설위원도 사석에서 승부 예측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야스퍼스”라고 단언했다. 큰 경기를 숱하게 치른 베테랑 야스퍼스라고 하는 존재가 이런 이점들마저 누리는 것을 감안한 판단이다.

혹시 야스퍼스에게 불리한 점은 없었을까. 상대 황봉주가 이날 준준결승, 준결승전을 일일이 치르고 올라온 데 비해 경기가 없었던 야스퍼스의 경기감각이 떨어질 우려는 없었을까. 야스퍼스는 대회장 2층의 연습실에서 오전 10시부터 개인연습에 돌입했다고 한다. 게다가 8강 리그전에서 야스퍼스는 황봉주에게 2-0으로 패하면서 한 차례 ‘죽창’을 찔려봤다. 예방주사를 맞았기에 한국의 무명 선수라도 얕보지 않고 경기에 임했다.

야스퍼스의 3세트 5이닝 역전샷. 자신감 있게 큐를 반쯤 세운 그리크 맛세로 1적구를 얇게 맞힌 뒤 커브를 그리며 단장 비껴치기 득점 진로를 만들었다. 챔피언의 자신감을 보여준 상징적인 대목이다. [파이브앤식스 중계화면 캡처]

[3C WGP 대회 최종순위]

우승 딕 야스퍼스(네덜란드), 준우승 황봉주, 3위 김준태 4위, 4위 토브욘 블롬달(스웨덴), 5위 세미 세이기너(터키), 6위 루피 체넷(터키), 7위 무랏 나시 초클루(터키), 8위 타스데미르 타이푼(터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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