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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승조, ‘정세균 지지선언→덕담→지지 의사’…혼선의 전말은? [정치쫌!]
‘지지선언이냐 덕담이냐’ 한때 혼선
양 지사 측, 선거법 위반 우려한듯
‘지지의사 표명’으로 메시지 ‘톤다운’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을 치르고 있는 정세균(왼쪽) 후보가 지난 12일 충남도청을 찾아 양승조 충남도지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세균 후보 캠프 제공]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을 치르고 있는 정세균 후보는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양승조 충남지사가 정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고 13일 밝혔다. 정 후보가 전날 오후 충남도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양 지사가 자신의 지지자 40여명과 함께 사실상 지지 의사를 전했다는 설명이다.

혼선이 시작된 건 정 후보 측의 보도자료 배포 이후 양 지사 측에서 "자료를 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며 "지지 선언이 아니라 덕담이었다"고 해명하면서다.

결국 양 지사 측은 공식 입장을 내고 "도지사로서 지역을 찾아주신 어른에 대한 예우 차원의 덕담이었다"고 밝혔다.

정 후보가 예비경선 기간 동안 양 지사의 정책에 공감해주고 호의를 보여준 데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고, 앞으로도 양 지사의 정책과 충남 선도정책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는 차원의 응원이었다는 설명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두 후보의 합종연횡이 '출발부터 삐끗했다'는 식의 분석도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 후보는 같은 시각 간담회에서 "양 지사가 합류했다는 건 그야말로 중부권이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허리가 매우 튼튼한 막강한 역량을 가진 캠프로 성장했다"며 크게 고무된 발언을 이어가고 있었다.

정 후보 측이 2시간 가량 지나 '지지 선언'이 아닌 "지지 의사 표명"으로 일부 표현이 수정된 보도자료를 내놓으면서 해프닝은 일단락됐다. 양 지사 측과 해당 표현을 조율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혼선은 '선거법' 위반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직선거법 제57조의6(공무원 등의 당내경선운동 금지) 2항은 "공무원은 그 지위를 이용해 당내경선에서 경선운동을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현직 지자체장인 양 지사가 공식 지지 선언을 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이다.

실제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만약 지지 선언을 공식적으로 한 것이라면 법적으로는 경선 운동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양측의 말이 달라 해당 내용에 대한 구체적 행위 형태를 알 수 없어서 현재 내용만으로는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지지율 끌어올리기가 시급한 정 후보 측이 양 지사의 '팔을 비틀어' 얻어낸 지지 선언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정 후보 측 보도자료에 따르면 양 지사는 전날 회동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정세균 후보를 돕는 것이 저를 돕는 것이고, 정세균의 승리가 나의 승리이며, 우리 충청의 승리”라고 말했다.

단순 덕담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발언이다.

양 지사는 또 “저를 도와주셨듯이 일치단결해 정세균 후보를 도와주시라”며 “지금 판세를 역전시켜서 반드시 민주당 후보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특히 “충청지역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 개표가 시작되므로 충청의 흐름이 경선의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며 “변화와 역전의 회오리 바람이 충청에서 불기 시작할 것”이라고도 했다.

정 후보도 “양 지사와 좀 더 긴밀하게 손 잡게 된 것이 저에게는 큰 행운”이라며 “SJK 연합 (승조SJ + 세균SK)은 누가 누굴 도와주는 정도가 아니라 파트너십의 관계를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결국 양 지사의 지지 의사 자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게 정 후보 측 설명이다.

메시지 혼선을 빚은 또 다른 배경엔 양 지사가 이날 이낙연 후보를 만나는 일정이 있던 것도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충남도청까지 발걸음을 한 이 후보를 만나기 직전 자신이 정세균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데 대한 부담이 작용했을 거란 해석이다.

실제 이낙연 후보는 양 지사와의 차담 후 기자들과 만나 “(정세균 후보를 지지 선언했다는 보도에 대한) 양 지사의 해명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우린 서로 정권재창출을 위해 힘을 합칠 사이”라고 말했다.

양 지사와 참모들의 이해관계가 다소 다를 수 있다는 점도 메시지 혼선 이유로 꼽힌다.

민주당 대선 본경선 진출에 실패한 양 지사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 재선에 도전하는 게 당면 목표가 됐다.

반면 참모들의 경우 대선을 앞두고 다른 유력 후보 캠프에 합류하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정 후보 캠프 관계자는 "측근들 중 일부는 이재명, 이낙연 후보 쪽으로 합류하려는 마음을 갖거나, 적어도 양 지사가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의견을 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정 후보와 양 지사는 정치공학적 이해관계가 아닌, 오랜 인간적 신뢰관계를 통해 함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을 치르고 있는 이낙연 후보가 13일 충남도청을 찾아 꽃을 전달받고 있다. 가운데는 양승조 충남지사. [연합]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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