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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석·안철수…윤석열은 왜 ‘식사정치’에 공 들일까? [정치쫌!]
주목도 높은 尹, 투입 공력 대비 파급력 ↑ 
세과시하고 콘텐츠도 선점…‘저격’ 효과도
‘정치신인’ 신비주의 유지…리스크도 관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김영환 전 의원과 만찬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식사 정치’에 공 들이고 있다. 안으로는 지지 기반을 확장하고, 밖으로는 세과시를 해 정치적 무게감을 더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윤 전 총장은 2일 원희룡 제주지사, 3일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대외협력위원장)과 만찬을 했다. 6일 오찬은 카이스트 원자핵공학과 석·박사 과정 학생 3명, 만찬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했다. 7일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만나 오찬을 함께 했고, 8일에는 김영환 전 의원과 만찬 회동을 했다. 10일 야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 측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만남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과도 회동을 추진했으나 무산됐고, 이에 재추진을 하는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

야권의 대선주자 적합도 1위로 주목도가 높은 상태인 윤 전 총장은 ‘식사 정치’를 통해 투입하는 공력 대비 높은 파급력을 창출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6일 이 대표와의 만찬, 그 다음 날 안 대표와의 오찬이다. 윤 전 총장은 이 대표와의 회동을 통해 국민의힘 쪽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이 대표가 먼저 “주말에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을 만난 이야기를 잘 들었다. 조만간 보자”고 문자했고, 윤 전 총장이 전화를 걸어 “대표 취임을 축하드린다”고 화답을 하다가 당일에 즉석 만남이 성사됐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만남에서 “야권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윤 전 총장은 그 다음 날 중도층에 일정 지분이 있는 안 대표와 오찬을 진행했다. 전날 국민의힘을 향해 성큼 나선 그가 중도·진보층이 포진한 ‘제3지대’를 향해서도 손을 뻗은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이에 “단 두 번의 식사 정치를 통해 국민의힘과 한층 더 가까워지면서 중도·외연 확장의 의지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은 아울러 카이스트 학생들과의 오찬에선 자신이 ‘탈원전 정책’의 반대 주자라는 점을 못 박고, 청년층과 소통하겠다는 뜻도 전할 수 있었다.

그는 원희룡 제주지사 등 본인의 라이벌이 될 수 있는 야권 대권주자, 권영세 의원 등 제1야당 소속으로 중책을 맡고 있는 중진과의 독대로 정치 신인의 이미지를 희석하는 한편 ‘1번 주자’의 무게감도 지켜가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이 8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김영환 전 의원과 만찬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

그런가 하면, 윤 전 총장은 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식사 정치를 통해 상대 진영 측 유력 인사를 간접 저격하는 효과도 냈다.

그가 지난 8일 만난 김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저격수로 칭해진다. 그는 지난 2018년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했을 때 당시 경쟁자였던 이 지사를 겨냥해 이른바 ‘여배우 스캔들’ 의혹을 제기했다. 이 지사가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한 의혹을 부인한 혐의 등으로 고발을 주도하는 등 악연이 깊다. 윤 전 총장은 김 전 의원과 회동을 하기 전 이 지사와 역사논쟁을 벌였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발언으로 이 지사에게 공격도 받았다. 야권에선 윤 전 총장이 이런 시점에 김 전 의원과 만찬을 한 것은 역공의 의도가 다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현재 윤 전 총장이 ‘둘만의 만남’을 선호하는 데는 정치 신인인 상황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밀담의 특성상 윤 전 총장이 무심결에 민감할 수 있는 말을 해도 새어 나갈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은 후 대선 출마 선언 사이 3개월여간 쌓은 신비주의 이미지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실수에 대한 ‘리스크’ 관리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스스로 준비가 됐다고 판단하면, 그때부터는 이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강연 정치’류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의 이런 행보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의원은 “윤 전 총장은 이미 ‘전언 정치’로 폐쇄성을 지적 받은 상태”라며 “이런 가운데, 밀담이 주가 되는 식사 정치가 거듭 이어지면 정면돌파라는 그의 이미지가 크게 희석될 수 있다”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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