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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리두기 완화 유예’ 남 일…밤 12시, 홍대입구·강남역 주변 ‘택시 못잡아’ 북새통
확진자 800명대에도 경각심 풀려
전문가 “시민에 잘못된 신호 안돼”
지난 3일 오전 0시10분께 서울 강남구 지하철 강남역 인근의 한 편의점 앞에서 20여 명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자리를 갖고 있다. 김지헌 기자

#1. 서울 마포구 지하철 홍대입구역 8번 출구 근처에는 택시를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로 줄지어 있었다. 가게 영업시간 종료시간인 오후 10시를 이미 훌쩍 넘긴 시간이었지만, ‘예약’ 표시를 한 택시들이 도로에 넘쳐났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 길가에서 연신 손을 흔들었지만 ‘허탕’일 뿐이었다. 금요일이었던 지난 2일 오후 11시20분의 모습이다.

#2. “카○○콜! 카○○콜!” 같은 날 오후 11시50분 강남역 인근에서 탑승한 택시 차량에선 빈차를 찾는 ‘콜’이 끊이지 않았다. 1초에 한 번꼴로 ‘콜’이 울렸다. 개인택시를 하는 60대 김모 씨는 “요즘 강남역 인근은 택시 콜이 (밤)12시에도 멈추지 않는다”며 “택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 놀랄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에 대한 ‘6인 모임 허용’과 ‘밤 12시까지 영업’ 등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가 유예된 상태지만, 밤 12시가 다 되도록 모임을 갖는 사람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는 오후 10시가 넘어도 귀가하지 않고 길거리에서 술판을 벌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지난 2일 밤 인근 롯데시네마 앞 공터에는 늦은 시간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술자리를 갖는 30여명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인근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40대 강모 씨는 “영업시간인 (오후)10시가 종료돼도 (밤)12시까지 길거리에 나와서 노는 사람들이 요즘 따라 부쩍 많이 보인다”며 “완화된 거리두기를 유예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라고 평가했다.

강남역 인근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꼬치 가게를 하는 30대 김모 씨는 “요즘은 (밤)12시가 돼도 사람들이 줄지어 도로에 택시를 잡으러 나온다”며 “편의점 앞에서 수십 명의 사람이 모여 (밤)12시가 다 되도록 술판을 벌이는 모습도 자주 목격된다”고 지적했다.

강남역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30대 한모 씨는 “오랜만에 술자리에 나왔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지 몰랐다”며 “같이 술을 먹은 한 친구는 30분 동안 택시를 기다렸다가 타고 집에 갔을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700∼800명대로 부쩍 늘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은 부쩍 무뎌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수도권은 지난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일평균 500명을 넘어서며 이미 거리두기 3단계 적용대상이 된 상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적용이 예고된 거리두기의 기준부터 아예 재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며 “일반 시민들에게 방역과 관련된 잘못된 신호가 전달돼 오히려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수도권 방역조치 강화 방안’을 확정하고, 오후 10시 이후에는 수도권 공원이나 강변 등 야외에서의 음주를 금지하기로 했다.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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