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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50년 만의 군 급식체계 개편 용두사미는 안 된다

국방부가 50년 넘게 이어온 군 급식 시스템을 확 바꾸기로 했다.

미리 먹거리를 정해 수의계약하고 그에 맞춘 식단을 짜온 게 지난 1970년부터 이어져온 군 급식 시스템이다. 이걸 식단 먼저 짜고 식재료를 나중에 경쟁 조달하는 학교급식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군단급에만 배치된 영양사를 추가로 채용해 사단급에도 보내고 멀리는 여단급까지 확대키로 했다. 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협업으로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eaT)’과 같은 군 전용 MaT를 개발키로 했다. MaT는 매달 영양사가 직접 식단을 짜고 주문을 하면 농축수산품이든, 가공식품이든 유통업자들이 경쟁을 통해 적절한 식재료를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국방부는 연간 많은 인원을 급식하는 대규모 교육훈련기관의 급식을 민간에 위탁해 조리병 대신 민간인력이 조리하는 방안도 시범 적용하기로 했다.

장병들의 먹거리 질을 높이려는 국방부의 다양한 노력을 폄훼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유독 말만 앞서갔던 게 군 급식 개선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1년도 급식 방침’도 내용은 획기적이었다. 햄버거 빵식 6회 중 1회를 부대별 인근 업체에서 직접 구매해 급식하고 다양한 양념류의 도입을 확대해 조리병의 조리 능력에 관계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담보하겠다고 했었다. 닭강정 등 장병들이 선호하는 24개 신규 품목과 두유를 정규 급식품목으로 도입하고, 유당불내증 병사들을 위한 락토프리 우유 공급계획도 들어 있다. 심지어 지난해 12월엔 채식주의자나 이슬람교도 병사에 대한 급식대책 전문가 포럼도 열었다. 젓갈이 안 들어간 백김치와 할랄 식빵 얘기도 나왔다. 이 정도면 군 급식 현대화로는 국제 수준급이다.

그런데 결과는 지난 4월부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군 부실 급식이다. 애초부터 한 끼 2930원의 예산으로는 불가능한 일들이었다. 끼니당 고작 100원 인상된 급식비 가지고 꿈이 너무 컸다. 부랴부랴 국방부가 내년부터는 한 끼 4000~5000원 수준으로 올리겠다지만 거의 무비용 노동력인 조리병 대신 민간 위탁까지 해가며 예산을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군 급식제도의 개선은 절실하다. 급식은 무기와 함께 가장 중요한 전투력의 기초다. 이보다 큰 국방 개혁 아이템도 없다. 50년된 관행을 바꾸는 게 쉬울 리 없다. 게다가 한정된 예산으로 이뤄내야 한다. 국방 수뇌부의 명운이 걸린 능력시험무대다. 또 한 번 용두사미가 된다면 군의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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