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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슈퍼위크’… 등판과 쇄락의 ‘갈림길’ [정치쫌!]
윤석열, 6월 29일 대선출마 등판... 나흘후 장모 구속
화려한 데뷔전에는 갈채와 우려가 동시에 쏟아져
김건희 '쥴리 인터뷰'에 장모 구속까지 겹악재
이재명과 윤석열 지지율 비슷하나 다음주 지지율 초미관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7월 첫주는 내년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의 분수령이었다. 거물들의 출마 선언이 줄을 이은 탓이다. 대선판 ‘슈퍼위크’란 분석도 나왔다. 장외에 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직을 던진지 100여일간의 잠행을 깨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더불어민주당 당내 지지율 1위를 이어온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출마도 7월 첫째주에 있었다. 이외에도 황교안 전 대표, 윤희숙 의원도 이번주에 출마 의사를 밝혔다.

한주가 지난 시점인 7월 3일, 그러나 7월의 첫주는 대통령 선거 슈퍼위크가 아닌 윤 전 총장의 슈퍼위크였다는 평가가 적절할 듯 하다. ‘약탈정권’으로 화려한 출마 선언식(6월 29일)에 뒤이은 ‘쥴리 인터뷰’(6월 30일)와 윤 전 총장 장모의 법정 구속(7월 2일)은 야권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윤 전 총장의 입장에선 복마전 같은 한주였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 어떤 대선 후보보다 정신 없었을 대선출마 후 첫주를 분석해본다.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을 방문, 출입기자 등과 인사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못 살겠다. 약탈정권’= 윤 전 총장의 첫 데뷔 무대는 화려했다. 줄잡아 20여명의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이 윤 전 총장의 출마장소였던 서울 양재동 매헌 윤봉길 의사의 기념관에 모였다. 국민의힘에선 사전에 소속 의원들에게 ‘너무 많이 가지마라’는 지시가 내려질 정도로 윤 전 총장 출마에 쏠린 관심은 대단했다. 윤 전 총장의 대중 정치 첫 데뷔 무대는 객관적으로 봤을 땐 큰 무리 없는 데뷔전이란 평가가 뒤따른다.

윤 전 총장은 대중이 기억에 새길만한 ‘약탈정권’이라는 단어를 대중들의 머리속에 남겼고, 권력을 사유화한 정권이 현 정부이며,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가 될 경우 이는 민주주의가 아닌 독재고 전제라는 나름의 정치 분석도 내놓았다. 정책 비판도 많았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윤 전 총장은 경제상식을 무시한 정책이라 비판했고,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것이라 비판했다.

여기에 정치 신인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기 마련인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도 윤 전 총장은 비교적 차분한 어조로 답변을 이어나갔다. 그는 가장 힘든 질문이었을 ‘X파일 대응책’ 질문에 “문건을 보지 못했다. 능력과 도덕성에 대해서 검증 받아야 하지만 출처 불명의, 아무 근거 없는 일방적인 그 마타도어를 시중에 유포한다든가 하는건 국민들께서 다 판단하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고, 처가 의혹에 대해서 “누구든 법 적용에 있어 예외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을 방문, 출입기자 등과 인사를 마친 뒤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그의 대선 출마 선언식엔 부가적인 뒷말들도 따랐는데 그가 선언장에서 과도하게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도리도리 윤’이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사실 따지고보면 이같은 별명 역시 그의 출마선언에 쏠리 관심이 뜨거웠기 때문에 나온 증상일 뿐이다. 출마 선언식 이후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은 관련 질의에 “좀 고쳐야 하나보다”고 말하며 웃었다.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당연히’ 엇갈렸다. 민주당 측에선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검찰총장이 야권의 대선후보로 나서는 것 자체에 대한 비판과 함께, 관직을 정치 진출의 발판으로 삼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에선 윤 전 총장이 ‘정권교체’ 화두를 강하게 던졌고, 국민의힘과 철학이 같으며, 지지율과 관계 없이 나라가 정상화되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한 것을 두고 화색을 비쳤다.

[사진=연합]

▶대형사고 ‘쥴리 인터뷰’= 문제는 윤 전 총장의 인터뷰가 진행된 다음날 터져나왔다. 한 신생 인터넷 매체와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전화로 인터뷰를 하면서 시중에 떠돌고 있던 논란에 대해 입을 연 것이 6월 30일 활자화 돼 언론을 탔다. 김씨는 약 40분간 진행된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제가 쥴리니, 어디 호텔에 호스티스니, 별 얘기 다 나오는데 기가 막힌 얘기”라 했고 “저는 원래 좀 남자 같고 털털한 스타일이고, 오히려 일 중독인 사람"이라며 "그래서 석사학위 두 개나 받고, 박사학위까지 받고, 대학 강의 나가고 사업하느라 정말 쥴리를 하고 싶어도 제가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가 밝힌 ‘해명’은 제도권 언론들에선 차마 쓸수 없는 세간의 풍문 수준의 주장들이었다. 그러나 김씨가 본인 입으로 관련 단어와 루머, 의혹 등에 대해 해명이란 이름으로 인터뷰를 하자마자 모든 언론들에선 해당 내용을 보도할 수 있게 됐다. 주장들의 면면은 김씨가 윤 전 총장과 결혼 하기 전 특정 검사와 동거를 했었고, 결혼 전에는 유명 호텔에 소속된 접객원이었다는 주장들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해명이 도리어 질낮은 의혹 주장들을 물밖으로 나올 수 있게한 계기가 됐다는 것이 여야를 불문한 정치권 내에서의 공통된 분석이다. 실제로 해당 인터뷰 이후 김씨의 연관검색어로 ‘쥴리’가 자동으로 붙게 됐다. 해명이 되레 해당 주장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셈이 되게 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여권의 공세는 집요하다. 대한민국에서 특정 인사의 배우자가 법률로 신분을 보장을 받는 사람은 대통령의 배우자가 유일한데, 그런 중요한 직책을 맡기에는 김씨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것이 여권 내에서 나온다. 한 의원은 ‘이제 사람들은 쥴리를 찾으러 온라인을 떠돌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대형 악재를 만난 국민의힘 측에선 입장이 갈렸다. 윤 전 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권성동 의원은 “기자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물으니까 답변을 한 것이다. 그 의혹 자체가 얼마나 저열하고 비열하냐”고 했고, 권영세 의원은 “네거티브 전략밖에 할 줄 모르는 여당의 선거 행태를 생각할 때 미리 나서서 본인이 직접 (의혹 제기를) 끊어주는 것도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고 두둔했다.

반면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은 “시기적으로 너무 성급했다고 본다. 본인(김건희)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다. 털 것은 털어야 한다고 본다. 자기 스스로 결백하니까 미리 얘기한 것이 도리어 큰 화제가 된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윤 전 총장과의 경쟁 구도하에 있는 홍준표 의원은 “본인 입으로 물꼬를 터버렸으니까 이제 그 진위를 국민이 집요하게 검증하려고 들 것 아닌가. 치명적인 실수였다. 상당히 극복하기가 어려울 것”이라 기대했다.

요양병원을 개설하고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 씨가 2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최씨에 대해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연합뉴스

▶‘십원 한장’ 윤석열… 장모는 법정 구속= 윤 전 총장은 본인 소개글에 ‘애처가’라고 썼다. 아내를 사랑하는만큼 장모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자신이 총장이었던 검찰에 의해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가 기소가 됐고, 이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2일 나오면서 장모 최씨가 법정 구속이 되는 사태를 맞은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장모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면 파장이 적을 수 있었겠지만, 윤 전 총장은 측근으로 분류되는 권성동 의원에게 ‘장모는 남에게 십원 한장 피해를 줄 사람이 아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전 총장이 직접 ‘십원 한장’ 발언을 본인이 한 것이 아니라 부인했으나, 비슷한 취지의 발언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지 불과 나흘뒤인 2일 법원의 1심 선고 결과 장모가 법정 구속되는 사태가 빚어지면서 윤 전 총장 본인에게 불똥이 옮겨 붙었다. 최종 확정판결이 아닌 1심 선고에 불과하지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던 장모가 구치소에 갇히게 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대선 정국이 요동칠 가능성이 커졌다.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김영삼 대통령 기념관을 방문,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와 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같은 시각 윤 전 총장의 장모는 의정부지법에서 법정 구속됐다. 연합뉴스

특히 윤 전 총장이 현재의 문재인 정부에 대해 공정과 상식, 그리고 약탈정부라고 지칭한 것을 두고 온라인 상에선 ‘약탈 장모냐’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은 윤 전 총장을 ‘내로남불’의 전형으로 몰아세웠다. 법치주의와 헌법정신을 강조해온 윤 전 총장이 정작 가족 문제에선 깨끗하지 못했다는 논리를 부각했다.

장모 사건의 1심 선고가 7월 2일로 예정돼 있었음에도 출마 선언을 나흘 전에 한 것을 두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며 윤 전 총장을 옹호했으나 결과적으론 패착이 되게 됐다. 이 대표는 그러나 최씨의 법정 구속 후 “대한민국은 연좌제를 하지 않는 나라다. 그분(최 씨)의 과오나 혐의가 (윤 전 총장이) 대선주자가 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게 있느냐, 없느냐가 국민들의 판단 잣대가 되지 않을까.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갤럽이 6월 29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5.0%를, 이재명 경기 지사는 24.0%를 각각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조사에선 이 지사가 3%포인트 우세했지만, 윤 전 총장이 4%포인트 오르고 이 지사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순위가 바뀌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9일부터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차기 지도자 선호도를 물었으며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쥴리 인터뷰와 장모 구속 사태 이후 나올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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