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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정치논리에 누더기된 부동산정책

요즘 부동산대책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국회, 정부에서 마구잡이로 쏟아내다 보니 대책 횟수를 세는 것도 무의미해졌다. 정부는 ‘집값 안정’이라는 오래된 레코드판만 돌리고 있다. 경제부총리가 금리인상을 들며, ‘고점 경고’를 외치고 있지만 시장에선 먹히지 않는다. 국민이 4년간 속아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두 배 뉴스는 이제 그리 놀랍지도 않다. 하반기 집값·전셋값 상승을 예고하는 지표는 차고 넘친다.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매주 공급대책을 발표해온 정부로선 답답할 지경일 것이다. 여당도 4·7 재보선의 참패를 겪으며 재산세 완화 및 송영길표 공급대책(누구나집) 등을 내놨지만 감흥은 떨어진다. 이유는 자명하다. 명확한 목표 없이 여당은 ‘표’만 의식했고, 정부는 국회에 휘둘렸다. 선명성은 있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

결국 갑론을박 끝에 ‘상위 2% 종합부동산세 부과’라는 전 세계에 유례 없는 대책까지 나왔다. 하지만 해마다 종부세 대상 공시가격이 바뀐다. 과세요건 법정주의 등 세제상의 문제점 등을 기획재정부가 조목조목 설명하고 따졌어야 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은 여당에 휘둘리고 말았다. 정권이 바뀌면 또 고쳐야 할지도 모른다.

정권 초·중반 부동산정책이 정치인 출신 국토부 장관의 실정에 산으로 갔고, 후반에는 아예 거대여당이 주도하다 보니 뒤죽박죽돼버렸다. 인기영합주의가 우선이 되고 그나마 정책을 잘 아는 정부 관료의 의견은 불신 속에 배제됐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모든 단추가 얽혀버렸다. 무주택자·1주택자·다주택자 누구도 만족 못한다. 무주택자는 껑충 올라버린 집값에, 1주택자는 끊어진 주거사다리에 조금 더 넓은 평수로 갈아타기 어려워진 현실에 불만이다. 정부가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은 다주택자는 오락가락하는 임대사업자정책과 유례 없는 세금폭탄에 아연실색이다.

봇물 터지듯 나오는 청와대 고위직과 국회의원들의 내로남불격 부동산투기는 가뜩이나 화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불가피한 사연을 둘러대지만 국민 개개인에도 각각의 사정이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정책 추진의 반대세력으로 치부하며 거세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듯하다. 표 계산에 이념적 정책만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편 종부세처럼 2%와 98%의 구도에 맞춘 정책이 과연 시장에 먹힐까. 시행 1년이 된 임대차보호법만 봐도 알 수 있다. 집주인은 집주인대로,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힘들다. 세입자를 내보내려면 수천만의 웃돈을 줘야 하는 ‘홍남기 위로금’이 이제 당연시되고 있다. 세입자는 계약 갱신을 해도 도장이 채 마르기도 전에 2년 뒤 시세에 맞춰 올려줄 전세금부터 걱정한다.

정부 내에서도 여당 정책에 대해 “ 동으로 갔다, 서로 갔다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얼마 전 만난 한 전 경제부처 고위 관료는 “초창기 부동산대책을 짤 때 정책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했어야 하는데 정치논리에 압도돼 정책이 무리하게 나왔고, 그 부작용을 지금 고스란히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논리에 누더기가 된 부동산정책에 대한 민심이 어디로 향할지는 자명하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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