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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빅테크기업 ‘인터넷 무임승차’ 끝내라는 법원 판결

IT업계 초미의 관심사인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망 사용료’ 다툼에서 법원(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이 SK 측 손을 들어줬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기각한 것이다. “망 사용료를 지급하라”는 의미다. 다만 사용료를 어떻게 얼마로 결정할지는 당사자끼리 협의하도록 했다.

넷플릭스의 항소가 거의 분명한 상황이어서 아직 확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전망이다. 일반 인터넷 사용자뿐 아니라 콘텐츠를 제작해 전송하는 회사도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이로써 디즈니플러스를 비롯한 한국 진출 예정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제공업체들도 같은 기준을 적용받게 되는 것은 물론 해외 서버 지원 등 애매한 방식으로 사용료에 준하는 요금을 지불해온 구글 등 빅테크업체들과의 분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당연한 결론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이용자들과 ‘연결’했을 뿐, 인터넷 ‘접속’은 하지 않았다는 논리를 펴왔다. 접속은 가입자들이 한 일이니 자신들은 “망 사용료를 낼 필요 없다”는 주장이다. 밥은 해먹었지만 불을 때지 않았으니 밥솥 사용료를 내지 않겠다는 논리다. 하지만 트래픽을 유발하는 전송과 접속은 다를 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인기 높은 콘텐츠의 접속이 늘어나 속도가 느려지면 그 책임을 온전히 ISP업체만 지고 OTT업체는 공짜로 돈만 번다면 그걸 옳다고 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이미 국내의 다른 OTT업체들은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게다가 국제적으로도 구글, 아마존 등 인터넷 트래픽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이들 빅테크기업의 ‘무임승차’를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심지어 미국에선 이들에 방송·통신사업 면허권자들에게 받는 일종의 특별세인 규제수수료를 받도록 하는 법안까지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우려되는 게 없는 것도 아니다. 이번 판결로 망 중립성의 개념에 변화가 생겼다. 망 중립성이란 여러 데이터에 차별을 금지하는 것일 뿐, 대가를 무료로 하는 게 아니라는 쪽이다. 문제는 아직 영세한 콘텐츠 스타트업 업체들이 높은 망 사용료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카데미의 벽을 넘어설 만큼 성장한 한국 영화의 밑바닥엔 독립영화가 있다. 정부 지원 형태의 문예진흥기금과 영화발전기금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큰 주제 밑에 가려진 그늘을 살피는 통신 당국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k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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