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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회장과 협회장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인터뷰를 최근 본지 지면(5월 31일자 8면)에 담았다. 취임하고 100일을 넘긴 시점의 인터뷰였다. 변호사 수가 3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과 업역 문제 등에 대한 변협회장의 생각을 들어보는 기회였다.

기사를 신문에 담는 과정에서 변협으로부터 한 가지 요청을 받았다. 변협회장의 호칭을 ‘협회장’으로 통일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간 변협회장은 ‘회장’으로 줄여 표현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소 어색한 요청이었지만 변협회장도 특정 단체의 이익을 대표하는 ‘협회장’이기 때문에 요청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아울러 귀에 듣기 좋은 ‘회장’보다 협회의 일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맡아보는 ‘협회장’으로서 활동하겠다는 의지도 느껴지는 듯했다.

회장이 주는 어감과 협회장이 주는 어감은 약간 다르다. 회장은 기업 오너나 단체의 우두머리 느낌이라면, 협회장은 단체를 대표해 목소리를 내는 대표자 느낌이다. 무게감으로는 회장이 무겁지만 활동에서는 협회장이 더욱 적극적인 느낌을 준다.

이런 변협의 요청에는 ‘변호사 3만명 시대’의 위기감도 느껴졌다. 사법시험 폐지 이후 로스쿨이 도입되고 신규 변호사가 쏟아져 나오면서 변호사의 위상 하락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카페에서 일하는 변호사와 재택변호사가 늘고 있고, 자격증만 있고 활동하지 않는 ‘장롱 변호사’도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변협이 올해 변호사시험(변시) 합격자에 대한 실무 연수를 200명으로 제한하기로 했다가 한 발 물러선 것도 매년 1700명 안팎의 변시 합격자가 나오는 것에 대한 위기감이 담겨 있다.

최근 법률 플랫폼 서비스인 로톡과의 갈등도 지난 10년간 변호사가 3배나 늘어났고, 그에 따른 변호사의 위상 하락과도 연결돼 있다. 변협은 법률 플랫폼 서비스 가입 변호사를 징계하는 규정을 만들었고, 로톡은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미 무한경쟁시대로 들어선 변호사시장에서 이 같은 변협의 노력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다. 변호사를 대표하는 유일의 법정 단체로서 일정한 역할을 해야겠지만 법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서비스를 막는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영화 ‘변호인’에서도 주연을 맡은 배우 송강호가 등기업무로 돈을 끌어모으자 변호사들의 위신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손가락질받는 장면이 나온다. 현직 변호사들은 손팻말을 들고 주인공을 비난하는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는 오래 가지 못했고, 앞다퉈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변협도 그간 법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아울러 대법원 전자소송이나 국세청 홈택스처럼 변호사 공공정보 시스템을 개설해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유지하고 소비자의 편익을 도모할 수 있는 대안을 설계하고 구체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변호사 수는 빠르게 증가했지만 변호사 수임료가 부담이 돼 ‘나 홀로 소송’에 나서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다.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대안 논의가 진행되고 변협회장의 목소리가 커진다면 변호사들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고 넓어질 것이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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