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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제가 집값을 잡는다는 편견 [부동산360]
현 정부, 역대급 규제에도 집값 가장 많이 올라
'규제=집값하락' 공식 적용 안돼
'규제완화=집값 안정' 믿는 사람 늘어
"시장 기능 회복해야" 목소리 커져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부동산빅데이터회사인 ‘아실’에 따르면 22일 기준 한 달 전과 비교해 수도권 모든 지역에서 아파트 매물이 10% 가까이 감소했다. 경기는 7만5074건에서 6만8906건으로, 서울은 4만6759건에서 4만4802건으로, 인천은 1만4617건에서 1만3062건으로 각각 줄었다.

시장에 매물이 줄면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주(1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12% 뛰었다. 1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경기도와 인천은 그보다 더 큰 0.43%, 0.49% 각각 올랐다. 모두 주간 기준 2012년 조사 이래 가장 많이 올랐다.

6월 이후 집값이 더 크게 오르는 건 대부분 전문가들이 예상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로 소위 말하는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하는데,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욕구는 더 커지고 있어서다.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과 강남권 ‘재건축 이주 수요’ 등의 효과로 전세도 물건이 부족해 급등하는 상황이다. 전세시장이 불안하면 매매시장엔 수요가 늘어난다.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을 막을 순 없었을까? 만약 정부가 다주택자들이 세금 부담 없이 언제든 집을 팔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부자감세’ 논란은 불가피했을 것이나, 규제 때문에 시중에 주택 매물이 갑자기 크게 줄어들진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래도 집값은 올랐을 수 있다. 수요는 더 늘어나고 집주인은 어쨌든 ‘호가’를 높였을 수도 있다.

송파구 아파트 밀집지역. [헤럴드경제DB]

확실한 건 문재인 정부는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을 썼다는 사실이다. 대출이건, 세금이건 유례 없던 초강력 규제책으로 일관했다. 세금은 주택을 취득하는 단계부터 보유, 처분까지 모두 가장 높은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대출은 다주택자가 받는 건 거의 불가능한 수준으로 막고 있다. 좀 비싼(15억원 이상) 주택을 사려면 아예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또 하나 확실한 건 문 정부의 집값 상승폭이 역대 정권 중 가장 높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4년간(2017년5월~2021년5월) 서울 아파트값은 87% 올라 부동산 관련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공개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고가 주택과 저가주택간 양극화도 문 정부에서 가장 크게 벌어졌다. 우리나라 상위 20% 아파트값은 하위 20% 아파트값보다 8.8배 비싸다. KB국민은행이 조사를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큰 격차다.

결국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을 쓴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고, 양극화가 가장 심각해졌다. 규제는 결코 집값을 잡지 못했다. ‘규제=집값하락’ 공식은 편견이다.

반대로 시장에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규제완화=집값안정’ 공식을 믿는 분위기다. 무수한 주택시장 관련 기사의 댓글에 가장 흔히 발견되는 문장이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아 달라”는 거다. 시장을 그냥 두라는 목소리다. 규제가 시장을 왜곡하고, 주택 수급 상황을 불안하게 만들고, 사람들을 더 안달했다는 거다.

이들은 규제를 완화하면 시장이 일시적으론 들썩일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론 안정을 찾는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규제 때문에 집을 팔고 사는 걸 미루거나 앞당기지 않는다. 나올 매물 나오고, 거래될만한 물건은 바로 거래된다. 건설사는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서두른다. 소위 말하는 시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규제를 해야만 집값이 안정된다는 믿음이 틀렸듯, 규제를 풀면 집값이 폭등할 것이란 전망도 틀릴 수 있다. 오히려 시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안정 시킬 수 있다. 편견은 어떤 경우든 바람직하지 않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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