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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뜨거운 감자’ 정년연장, ‘덜컥 시행’의 전철 밟아선 안 돼

정년연장이 경제계 주요 이슈로 부상되고 있다. 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과 완성차 3사 노조 대표들은 지난 18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정년연장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단계별 65세까지 정년연장을 내걸었으니 약속을 실현하라는 주장이다. 이미 지난 14일 국회에 정년연장 관련 청원에 나섰고 현재 진행 중인 임단협 주요 의제로 내건 그들이다.

반대 의견도 만만챦다. 신중해야 한다는 재계의 강력한 입장은 여전하다. 심지어 한 청년은 “정년연장은 기업이 유능한 인재를 고용하기 어렵게 만들고, 청년실업을 야기할 것”이라는 청와대 청원을 올렸다. 기존 세대들의 정년연장 요구에 이른바 MZ세대가 반기를 든 것이다. 세대갈등의 요인으로 자라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쯤 되니 내년부터나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는 것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던 정부와 정치권도 가만히 보고만 있기는 어렵게 됐다. 사실 대선공약이 아니더라도 정년연장과 관련한 논의는 필요하다. 이미 인구감소가 시작됐고 노동력 감소는 시시각각 다가온다. 피한다고 사라질 일이 아니다. 고령화시대에 접어든 선진국에선 예외 없는 숙제가 정년연장이다.

문제는 해결책이 만만찮다는 점이다. 더구나 청년고용이 절벽인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사회적 합의 없는 ‘덜컥 시행’의 전철을 밟아서는 더욱 안 된다. 지금의 60세 정년은 2013년 정년연장법이 근거다. 하지만 당시 보완책의 하나인 임금피크제 의무화를 마무리 짓지 않음으로써 3~4년간 큰 혼란을 가져왔다. 지금도 300인 이상 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54%로,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정년연장은 노사에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경영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장기 검토하는 정년연장 방향은 ‘일본식’이다. 70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인 일본은 지난 4월 근로자가 원할 경우 70세까지 일할 수 있게 하는 ‘고(高)연령자 고용안정법’ 시행에 들어갔다. 다만 연장하는 근로자의 지위는 프리랜서다. 자사 직원이 아니니 각종 사회보험의 부담이 사라진다. 인건비를 20~50%나 줄일 수 있다. 거의 완전고용 상태인 일본에선 나이 들어서도 일하려는 근로자와 인건비를 줄이려는 기업 간 윈-윈이다. 대기업 노조가 철밥통 유지를 목적으로 정년연장을 주장하는 한국적 상황과는 자못 다르다.

일본식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미국과 영국에는 아예 정년이란 게 없다. 한국적 현실에 맞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많은 논의와 사회적 합의 외엔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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