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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하라법’ 입법안 미비?… 법조계 “상속분쟁 빈번 우려”[촉!]
법무부, 18일 민법 일부개정안 제출 예정
상속권 상실 시 ‘대습상속’ 못 하도록 막아
법조계, “목욕물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리는 결과”
“공동상속인들의 상속권 상실 청구 행사 많아질 것”
지난해 11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구하라법(부양의 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자를 상속결격사유에 포함하는 민법1004조 개정안 등)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 구하라의 오빠 호인씨(오른쪽 두 번째)가 참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일명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민법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가운데, 법조계에선 오히려 향후 상속 분쟁이 빈번해질 수 있어 법안을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18일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자녀에 대한 양육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학대 등 부당한 대우를 한 사람은 상속인에서 제외될 수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입법안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상속법 전문가들은 특히 ‘대습상속’을 없앤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대습상속이란 상속 자격을 갖춘 사람이 상속받지 못할 경우, 그 배우자나 자녀가 대신 상속을 받는 것을 뜻한다. 법무부는 이번 법안을 만들면서 상속권 상실 시 그 배우자와 자녀도 대습상속을 하지 못하도록 없앴다. 하지만 개정 논의 단계에선 배우자의 경우만 대습상속을 인정하지 말고, 자녀의 경우는 인정하자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법 분야 권위자인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법 개정에 대해선 적극 찬성한다”면서도 “다만 상속 결격의 경우에 대습상속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목욕물을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리는 결과”라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가령, 아들이 상속권 상실이 됐다 해도 손자한테는 상속을 하고 싶을 수 있는데, 손자에게 못 물려준다고 하면 말이 안 된다”며 “다른 나라에서도 상속결격인 경우엔 대습상속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직접 상속 순위자가 아니어도 상속권 상실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오히려 분쟁을 늘릴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당초 논의 과정에선 다른 공동상속인이 없을 때에 한해 후순위 상속인에게 청구권을 인정하기로 했지만, 이번 개정안은 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상속법 전문가인 법무법인 태평양의 임채웅 변호사도 “분쟁이 빈번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며 “사건 전체적으론 공동상속인들이 상속권 상실 청구를 행사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의 이현곤 변호사는 “상속 분쟁은 상속인이 누가 될지 확정이 돼야 상속이 이뤄지는데, 예전엔 상속결격사유가 한정이 돼 있었다”며 “구하라법이 통과되면 이 부분에 대한 다툼이 생기기 시작해 상속인이 누군지 자체가 불분명해지는 상태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 15일 상속권 상실제도와 용서제도를 신설하는 민법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속인이 될 사람이 피상속인에 대해 부양의무를 위반했거나, 학대 등 부당할 대우 등을 한 경우, 피상속인이나 법정상속인의 청구에 따라 가정법원이 상속권 상실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상속권 상실 시 그 배우자나 다른 직계 비속의 ‘대습상속’ 규정도 적용받지 못하게 된다. 다만 이러한 상속권 상실 사유가 있더라도, 피상속인의 용서를 통해 상속권이 계속 인정될 수 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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