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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거 현장마다 ‘광주 참사 불안감’…사진찍어 시민들 잇단 민원
작은 사고에도 시민들 잔뜩 긴장
마포구 철거현장 공사 일시 중단

“‘무너진다. 무너져’를 외치면서 사진을 찍더라니까.”

서울시 마포구 노고산동의 철거현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15일 헤럴드경제와 만나, 지난 11일 이곳을 지나던 한 주민이 사진을 찍으면서 연신 “무너진다”고 외치며 불안감을 내비쳤던 일화를 소개했다. 요즘 들어 이곳을 지나가는 주민들이 하나같이 당황스런 표정으로 현장을 바라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주민들이 불안해 하는 이유는 지난 9일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 때문이다. 마포구의 철거현장은 공교롭게도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 10일, 남아있는 한 건물에 대한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 곳곳에서 분진이 심하게 날리고 광주광역시의 쓰러진 철거 건물과 유사하게 ‘ㄷ’ 모양으로 건물 중간만 움푹 패인 모습이 나타나자 지나가는 시민 상당수는 사진을 찍고 구청에 민원을 넣기 시작했다.

공사 이틀째인 11일엔 오토바이 배달을 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멈춰 서 사진을 찍었다. 30대 한 배달 운전사는 “광주 사고로 불안감이 커졌는데, 이 길목이 위험할 수 있어 사진을 찍으려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2~3분 떨어진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30대 임산부 김모 씨는 “10~11일 공사가 진행되면서 마포구에 민원전화를 넣었는데 ‘철거 계획대로 하고 있다. 참아달라’는 취지의 말을 듣고 매우 답답했다”고 언성을 높였다.

다만 지난 14일부터는 주민 불안은 다소 누그러진 모양새다. 지난 11일 오후 국토교통부가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시도에 “건물 해체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공사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면서, 전날 서울 마포구청이 “당분간 공사를 일시 중단시키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광주 사고 이후에도 각종 철거 현장에서의 크고 작은 사고로 인근 주민들의 경계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에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쉐라톤 팔레스호텔 개조공사 현장에서 시스템 비계(높은 곳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일체형 작업발판)가 인근 아파트 주차장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0일에는 경기 안양시의 한 골프연습장 철거 공사 현장에서 철제 기둥이 무너져 전신주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일대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기도 하며 주변 시민들이 큰 불안감을 내비쳤다.

손원배 경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시민들의 안전권 차원에서 이번 기회에 작업을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며 “철거 현장 등은 공사 기간을 단축하면서 실제 작업자들도 알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기회에 이런 사항들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15일 광주 동구청에서 “철거공사 중인 공공공사는 현장 점검을 통해 안전이 최종 확인될 때까지 진행을 중지하도록 했고, 민간 철거공사 현장 역시 지방자치단체 주관으로 안전점검을 한 이후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공사를 진행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김지헌·박상현·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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