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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호사 수 10년 새 3배...무한경쟁 속 소득격차 갈수록 눈덩이 [헤럴드 뷰-변호사 3만명 시대]
변협 등록변호사 모두 3만422명
6대로펌 지난해 매출액 시장절반
대형·중소형, 중소형·개인 양극화
개인, 사무실 축소 재택근무 늘려

변호사업계 신규 진입자가 큰 폭으로 늘면서 시장에 지각변동이 생기고 있다. 법조 시장 성장은 더딘 반면 몇 년간 변호사 수가 3배로 증가하는 사이, 대형 로펌과 중소형 로펌은 물론 소규모 로펌과 개인 법률사무소 사이 소득 격차가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11일 대한변호사협회 회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등록 변호사 수는 3만422명이다. 2010년말 1만1802명이던 등록 변호사 수는 10년 새 3배로 증가한 셈이다.

2011년 1만2607명으로 늘었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법조계에 첫발을 디딘 2012년에는 1만4524명이 됐다. 이후 2015년 2만531명으로 2만명을 넘어섰고 2018년 2만5838명, 2019년 2만7695명, 지난해 2만9584명으로 늘었다.

변호사 수 증가는 자연스레 변호사업계 생태계 문제를 부각시켰다. 무엇보다 변호사들의 생존경쟁이 빈번하게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변호사는 국내 전문가 집단 중에서도 줄곧 수익과 사회적 지위 면에서 첫 손에 꼽혀왔지만, 과거보다 가파르게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는 사이 무한 경쟁 속에서 실제 밥벌이에 어려움을 겪는 변호사들의 사례와 업계 상황이 속속 전해졌다.

변협이 발주한 ‘변호사시험 합격인원 적정 수에 대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국세청 부가가치세 과세표준 신고액을 기준으로 국내 변호사 업계의 총 매출액은 2018년 기준 약 6조원이다. 서초동의 소형 사무소에서 송무 업무를 주로 하는 한 변호사는 “대형로펌 몇 곳이 전체 변호사업계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그 규모도 점점 느는 상황에서, 변호사 수의 증가는 결국 소형 사무소와 개인 변호사들의 생존 경쟁과 직결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변호사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이른바 ‘6대 로펌’으로 꼽히는 김앤장·태평양·광장·율촌·세종·화우의 지난해 매출액을 합한 액수는 총 2조4670억원 규모다. 특허법인 및 해외 매출을 반영하지 않은 로펌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체 변호사업계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6대 로펌이 차지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로펌들 가운데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던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해에도 약 1조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3505억원, 광장은 3350억원을 기록했다. 법무법인 율촌과 세종은 특허법인 및 해외 매출을 제외하고 각각 2450억원, 2265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고 화우는 2100억원이었다.

이들 대형로펌은 채용 시장도 선도하면서 소속 변호사 수를 비롯한 규모를 늘리고 있는데, 신입 변호사들의 연봉은 세전 1억4000만원~1억6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일반 민사·형사·행정 사건의 파이를 나누는 중소형 로펌과 개인 법률사무소 변호사들의 사정은 갈수록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를 반영하는 단적인 현상이 공유 사무실 증가와 재택 변호사의 등장이다. 한 중견 변호사는 “몇 년 전부터 공유 사무실에 최소한의 자리만 두고 카페에서 일하는 변호사는 물론, 재택 변호사들도 늘었다”며 “이제 조금 지나면 마치 ‘장롱면허’처럼 자격증만 가지고서 활동은 하지 않는 ‘장롱변호사’들이 나올 판”이라고 말했다.

법조경력 6년차인 사법시험 출신의 한 변호사는 “6대로펌이라고 하는 곳들이야 일반 시민들이 의뢰할 일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논외로 하더라도, 중소형 로펌이라고 하는 곳들 중에도 이름난 전관들이 활동하면서 몇 억원씩 광고비를 집행하고 인테리어를 그럴 듯하게 꾸밀 수 있는 곳과 그렇지 못한 영세 로펌, 그냥 개인적으로 업무하는 변호사들 사이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형로펌과 중소형로펌 사이 양극화는 물론이고, 중소형 로펌과 3만 변호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소형·개인 사무실 변호사 사이 격차가 심해지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한 쪽에선 사무실 경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무실 자체를 없애는데, 다른 한 쪽에선 나름의 고객 유치를 위한 투자가 지속되고 있고 이들 사이의 무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 청년변호사는 “무엇보다도 처음부터 의뢰인에게 제시하는 착수금액 자체가 터무니없이 낮아지고 있고 부가가치세를 대신 떠안는 경우는 아주 흔하다”며 “밥벌이를 위해 사건수를 늘릴 수밖에 없고, 한정된 인력으로 여러 사건을 동시에 하다 보면 법률서비스 저하로 이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최근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과 변협 사이 갈등의 본질도 변호사 시장의 수임 경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변협은 광고비를 더 많이 지출하는 변호사가 사건 수임에 유리해지면 법률 서비스 시장이 왜곡된다며 규제가 당연히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면 로톡 측은 변호사들이 광고하고 사건을 수임할 자유를 제한한다며 맞선다. 변호사들은 치열한 수임 경쟁 속에 홍보를 등한시 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찜찜한 딜레마’와 마주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변호사 수의 누적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과거의 영광’이나 ‘서초동식 영업모델’에만 갇혀 있어선 안 된다는 자성도 적지 않다. 금융업계에서 일을 하는 한 청년변호사는 “다양한 산업을 피부로 느끼면서 들여다보면 다른 산업들은 돈을 벌려고 별것을 다 생각하고 만들어내는데 변호사들은 상품개발을 하지도 않고 자격증 따서 진입장벽 아래 살 생각만 하지 않았냐”며 “숫자가 많아지는 만큼 밥벌이를 하려면 좋은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거고 좋은 것을 만들어내면 법률서비스 이용자들은 좋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가 양성 선발시스템의 목적은 그 사회에 전문직 서비스가 잘 수행되게 하는 거지, 전문가들 이익 보호가 목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안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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