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 노점실명제 때문에...쫓겨나는 거리가게들 5년새 21% 증발
통행방해·도시미관 훼손 주범 오명
서울 거리가게 5년새 1639곳 줄어
가로판매대도 3년 만에 18% 감소
“민생파탄 고려 자산기준등 규제완화”

“옷 팔던 터줏대감들 지금 문 닫은 곳이 한두개가 아니다. 사업자 등록 안해서 정부 재난지원금도 대부분 못 받았다. 노점상 준다던 세금은 도대체 어디에다 쓴 건지....”

10일 찾은 서울의 명물 남대문시장. 코로나19 이전이라면 내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대고 불야성을 이루던 시장 안쪽 골목가는 썰렁하기만 했다.

거리가게 영업허용 시작 시간인 오후5시 무렵 막 판매대를 차린 영업주 이모(38)씨는 한숨부터 쉬었다. 그는 사업자등록을 해야 정부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한 정부와 지자체의 현실을 모르는 처사가 원망스럽다.

안윤길 남대문시장 먹거리 노점상인회장은 “중구 노점상이 100명이면 2~3명밖에 사업자등록이 없는 상태다”며 “요즘 손님이 없고,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사업자 등록 신청을 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되물었다. 안 회장은 “전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말고 정부 지원을 받았다는 노점상인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통행 방해와 도시 미관 훼손의 주범이란 오명을 쓴 서울시 거리가게들이 거리에서 조차 쫓겨나고 있다. 노점실명제, 노점상 가이드라인을 내세워 불법 영업을 해소하려는 지자체의 노력이 생계유지를 위해 길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는 서민들을 한계 상황으로 내몬 것이다. 지난해 닥친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하며 이를 가속화했다.

실제 서울시의 등록 거리가게 수는 최근 5년 사이 20% 사라진 것으로 확인된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6년 7718곳이던 거리가게는 매년 줄어 2020년에는 6079곳으로 21.2% 감소했다.

서울시 노점관리대책은 2008년 오세훈 시장 시절로 거슬러오른다. 당시 종로구 등 도심지엔 거리가게들이 흔했다. 위생불량, 통행방해 행위가 잦았다.

시는 ‘걷고싶은 거리’ 조성 차원에서 젊음의 거리 등 특화거리를 만들었으나, 똑같은 모양의 네모상자 판매부스로는 길거리 문화를 살리지 못하고 구도심 노후화와 맞물려 거리가게 대부분이 떠났다.

서울시 공유재산인 시내 보도상영업시설물도 마찬가지다. 보도상영업시설물은 보도 위에 구두수선대와 담배와 음료 등을 판매하는 가로판매대를 뜻한다.

2017년에 2032개이던 보도상영업시설물은 2018년에 1852개로 2000 밑으로 내려온 뒤 꾸준히 줄어 올해 5월 기준 1657곳이다. 3년여 만에 18.5% 감소했다. 가로판매대가 957개에서 721개로 24.7%, 구두수선대가 1075개에서 936개로 13.0% 각각 줄었다.

거리가게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민생이 파탄에 이른 상황에서 지자체의 과도한 단속만은 자제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 관계자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인근에서 장사하던 한 노점상은 장사가 잘 되지 않아 품목을 ‘꽈배기’로 바꿔 팔았더니 얼마안돼 중구청에서 ‘계고장’이 붙었다”고 했다. 중구에서 거리가게 품목변경은 구청장 승인 사항이다.

자치구 마다 거리가게 관리 규정이 다른데,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자치구 규정을 맞추지 못하는 사례도 더러 나오고 있다. 일부 구에선 거주자로 자격이 제한돼, 전월세 가격 급등으로 인해 외곽으로 내몰린 서민들은 구 도심에 노점조차 차릴 수 없는 형편이다.

거리가게 자산기준이 현실과 괴리가 있어 높여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항아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사무처장은 “코로나로 인해 요새 영세자영업자나 농부, 퇴거노동자들로부터 어떻게 해야 노점상을 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많이 온다”며 대부분 먹고 살 것이 없어 거리로 나서려 하는 서민들인 만큼, 자산 기준이나 재계약(1년) 기간, 영업주 사별 시 배우자만 잔여개월 기만 영업할 수 있게 한 점 등 지나치게 까다로운 규제를 풀어줘야한다고 주장했다.

한지숙·김유진 기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