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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정책은 신뢰다

서울시는 미래 서울의 발전을 위한 전략을 세운다고 한다. 미래의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은 당장 코로나19를 종식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부터 시작해 부동산 문제, 빈부격차의 해소, 기후환경의 대응, 일자리 창출 등 너무나 많다. 서울시는 우선 시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정책을 만들어나가기를 기대한다.

신뢰를 잃은 정책 중 하나가 바로 저출산대책이다. 저출산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오래전 정부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각종 대책을 마련, 추진했다. 한 통계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저출산 문제해결을 위해 209조원을 투입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합계출산율은 2020년 0.8명에 불과해 OECD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2020년에는 사망자보다 출생자 수가 적어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현 정부도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무려 196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제4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마련, 추진함으로써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그런데 막대한 투자에도 미래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는 것이 현실이다. 왜일까? 보육의 국가 책임강화, 성평등의식의 제고, 높은 주거비용과 교육비용의 해결,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 각종 수당의 지급 등 백가쟁명식으로 내놓은 정책들이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번 신뢰를 잃어버린 정책은 다시 그 신뢰를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진리이다.

저출산정책의 경우 정부는 보육에 관해서는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공언을 여러 번 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아직도 믿을 만한 보육시설을 찾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원하는 보육시설을 찾지 못하는 경우 부모찬스를 활용하거나, 이것이 불가능한 경우 불가피하게 부모 중 한 사람은 경력단절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원하는 보육시설을 찾기 위해서 발을 동동 구르는 부모를 보는 동년배나 선후배들은 과연 아이를 갖고 싶은 생각이 들까?

정부는 보육시설의 수용능력은 충분하다고 한다. 물론 보육시설의 수용능력만 본다면 맞다. 그러나 원하는 보육시설이라는 기준을 더한다면 이는 틀린 말이다. 아마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민간보다 나은 몇 안 되는 경우 중의 하나가 보육 서비스일 것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찾는다. 하지만 현재 국공립 어린이집의 비율은 국가 전체적으로 30% 정도에 불과하다. 4차 저출산대책에도 2025년까지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을 겨우 50% 수준으로 높인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더디게, 그것도 겨우 50% 정도 원하는 보육시설을 제공하면서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겠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결국 선언과 행동이 다른 정책은 신뢰를 잃게 되고, 아무리 많은 정책이라도 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낳으면 기장 기본적 서비스인 보육만이라도 국가가 확실하게 책임지겠다는 정책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함으로서 국민으로부터 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부터 당장 시작하는 것이다.

고홍석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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