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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대권수업 윤석열의 훈수꾼들

러시아 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명문장 “행복한 가정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를 외람되게 부동산에 패러디해 본다. “한국 부동산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오르고 정권은 불행하다.”

세상에 한국 부동산만큼 이기적 유전자를 가진 것도 없다. 코로나19사태에 따른 불황, 인구감소, 대출 옥죄기, 세금폭탄, 신도시 건설 등 갖가지 공세를 퍼부어도 소용없다. 어떡하든 오를 만한 논리를 찾고, 결국 우상향 곡선을 그려낸다. 코로나 사태는 넘치는 유동성을 활용한 레버리지(값싼 금리) 활용 기회로, 인구 감소는 1~2인 가구 분화로, 세금 폭탄은 세입자 전가와 자녀·배우자 증여로, 핀셋 규제는 풍선효과로 받아친다. ‘거칠게 다루면 말을 듣겠지’ 하며 4년 내내 부동산에 채찍을 가하던 문재인 정부가 두손 두발 다 들고 뒤늦게 ‘서울 도심 공급 확대’‘라는 어르기 모드로 전환한 이유다.

하지만 도심 공급 확대라는 물량 공세도 먹힐지 미지수다.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에 4000가구 공급이 과천 주민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대체 부지로 갈아탄 것처럼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 태릉 지구 공급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심술궂은 ’부동산‘이란 놈이 뒤에서 ’님비(Not In My Backyard)를 선동하며 한사코 집값 하락 요인을 막아내려 한다.

요즘 청년 실업, 외교, 반도체, 블록체인, 골목경제, 교육 등 각계의 구루를 찾아 대권 수업에 한창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검사 본능으로 ‘막가파’ 부동산을 잡으러 나선 듯하다. 하버드대 출신의 스타 건축가 유현준 교수를 만나 LH 사태와 재건축 해법을 논한 데 이어 ‘국회 5분 연설의 헤로인’ 윤희숙 의원을 만나 “정치를 같이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한다.

대권 수업중인 윤석열이 경계해야 할 것은 실전가와 훈수꾼의 차이다. 문재인 정부도 난다 긴다 하는 교수 또는 시민운동가 출신 훈수꾼을 정책실장(장하성·김수현·김상조 교수)과 청와대 경제수석(홍장표 교수) 등으로 기용했으나 이들이 만든 ‘선한 정책’들이 부동산값을 다락같이 올려놓았다. 취약계층을 지원하다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붕괴, 저임금 근로자들의 실직을 불러왔다. KDI 교수 출신 윤 의원이 그의 책 ‘정책의 배신’에서 신랄하게 비판한 그대로다.

훈수꾼은 결과적으로 불거진 문제를 비판하거나 비평할 뿐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무능하다. 마치 예술 분야의 비평가가 창작자의 작품에 호된 비판을 해대지만 정작 자신은 독자나 관객이 감동할 만한 작품을 내놓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론과 실전의 간극은 그만큼 크다. 부동산 문제만 해도 사전에 통제하기 어려운 수많은 변인과 싸워야 하는 복잡계다. 대권주자 윤석열은 훈수꾼이 아니라 실전에서 먹히는 정책 조합을 제시할 구루를 만나고 그들과 시대변화에 맞는 시장과 국가 역할을 찾아 리셋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최근 변양호·임종룡·최상목 등 전직 관료 다섯이 한국경제의 대안으로 제시한 책 ‘경제정책 어젠다 2022’는 실전가적 면모를 보여준다. 대권수업의 성적은 실전가와의 접촉면을 넓히는 데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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