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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소리 지른 다음 꿀꺽” 고래떼의 ‘잔머리’ 사냥
남극해의 혹등고래가 '거품 그물'을 만들어 사냥을 하는 모습. [출처=유튜브 'Richard Sidey' 채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고래가 ‘그물’로 먹이를 사냥한다?”

온순한 성격 덕에 ‘바다의 천사’로 불리는 혹등고래. 지능도 높아 여러가지 사냥 방법을 구사한다. 엄청난 음량으로 먹이를 몰고, 거대한 물거품 안에 먹이를 가둔다. 알래스카 인근 혹등고래만의 특징으로 여겨졌던 사냥법이 최근 남아프리카, 호주 등 남반구에도 발견돼 이목을 끌고 있다.

9일(현지시간) BBC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즈(NSW) 주 인근 해안에서 발견된 혹등고래 무리가 ‘거품 그물(bubble net)’을 만들어 사냥하고 있는 모습을 보도했다. 영상은 지난해 9월 한 민간인이 드론을 통해 촬영됐다. 호주에서 수십 마리의 혹등고래 무리가 목격된 것은 처음이다.

‘거품 그물 사냥’은 2마리 이상의 고래가 팀을 이루어 사냥을 나서는 방법이다. 혹등고래의 주요 먹이는 새우, 청어, 플랑크톤과 같은 작은 해양생물들이다. 몰이꾼 역할을 하는 혹등고래가 일정 지역으로 먹이감을 몰아넣으면, 다른 혹등고래가 180dB(데시벨)의 소리를 내어 이들을 수면 위로 밀어올린다. 180dB은 로켓이 발사될 때 나는 소리 크기다. 이때 또 다른 혹등고래가 수면에 ‘거품 기둥’을 만들어 먹이를 포획한다. 거품 바깥에서는 4000㎐ 주파수의 소리가 만들어지는데, 먹이는 이 소리 탓에 거품 밖으로 도망가지 못하게 된다. 4000㎐는 칠판 긁는 소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9월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인근 해안에서 발견된 혹등고래 무리. 수십 마리의 고래떼들이 '그물 거품'을 만들어 먹이를 사냥하고 있다. [출처=유튜브 'The conversatioin' 채널]

혹등고래의 사냥 방법도 특이하지만,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해당 영상이 촬영된 장소다. 일반적으로 호주에서는 수십 마리의 혹등고래 떼도, 먹이 사냥을 하는 혹등고래도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혹등고래는 1~6월까지는 남극해 인근에서 서식한다. 6~8월이 되면 번식을 위해 따뜻한 호주 해안으로 올라왔다가, 다시 11월까지 남극해로 내려간다. 혹등고래는 이 기간동안 먹이를 먹지 않고 비축해둔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번식을 위한 이동 기간 동안 발견되는 혹등고래 개체의 수도 3~5마리 정도에 그치는게 일반적이었다.

‘거품 그물’ 사냥 또한 북반구 알래스카 일대에 서식하는 혹등고래만의 특징으로 여겨졌다. 이후 2011년 남반구 남아프리카 인근의 혹등고래 무리에서 같은 현상이 발견됐지만, 호주에서 목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혹등고래 [123rf]

바네사 피로타(Vanessa Pirotta) 맥쿼리대학 야생동물학자는 연구자 매체 더컨버세이션을 통해 “인간이 알지 못했던 해양 환경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라며 “해양 환경 변화와 개체 수 증가가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온 등 변화로 호주 일대 혹등고래의 먹이가 풍부해져 이동 중 사냥에 나서게 됐다는 해석이다.

개체 수 증가로 무리 사냥이 가능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호주 인근의 혹등고래는 1950년대 호주 포경업계의 남획으로 개체수가 500마리까지 급감하면서 멸종위기를 맞았다. 1962년 상업포경이 금지된 이후 꾸준히 개체수가 증가해왔다. 마이클 노아드 호주 퀸즐랜드대학 수의과학대학원 부교수에 따르면 혹등고래는 매년 평균 10.9%씩 증가세를 보여, 2019년 2만 5000마리에 이르렀다. 2026년이 되기 전까지 이전 개체수인 4만 마리까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바네사 피로타는 “고래는 한 지역에서 먹이를 사냥하고 다른 지역에서 배설을 통해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끼친다”며 “해양 환경 변화가 혹등고래의 이동과 먹이 사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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