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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척추 눌림 더 심해졌다”…고덕 그라시움 ‘택배대란’ 두달 후[촉!]
저탑 차량 기사 “허리 아파 차에 소염제·근육 이완제 구비”
저탑 차량만 출입…“아플 때는 업무 대신해 줄 사람 없어”
“일반 차량이라고 막아 ‘못하겠다’며 그만둬” 토로도
지난 8일 오후 2시께 서울 강동구의 고덕동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택배 기사의 저상 차량. 170㎝인 성인이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든 수준이다. 신주희 기자/joohee@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의사가 척추 눌림이 더 심해졌다고 하더라고요.”

지난 8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택배 기사 A씨는 말하는 중간중간 연신 허리를 두들기며 이같이 말했다.

공원형 아파트인 이곳 주민들이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금지하면서 ‘택배 대란’이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택배 기사들은 여전히 손수레를 끌고 일일이 물건을 배송하거나 통상 택배 차량보다 높이가 낮은 저탑 차량을 마련해 지하 주차장을 누비며 배송을 이어 가고 있었다.

그 사이 택배 기사들은 “허리가 꺾여나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키가 170㎝인 A씨는 목과 허리를 숙여야 택배 차량 안에서 물건을 옮길 수 있었다. 그는 “허리가 쌩쌩했던 적이 없다”며 “허리 관련 병원비로만 10만원도 넘게 쓰고 있고 차량에 항상 근육 이완제와 소염제를 구비해 놨다”고 했다.

일반 택배 차량보다 물건을 실을 수 있는 양도 적어 A씨는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물류센터를 하루에 두 번 들러야 한다. 기사들의 고충은 이뿐만 아니다. 저탑 차량을 갖고 있는 택배 기사만 배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혹여나 아프거나 휴가를 내야 할 때 업무를 대신 해줄 사람도 마땅치 않다.

A씨는 “내가 아프거나 배송을 못할 때에도 와 줄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지상으로 차량 출입이 안 되니 저탑차 아니면 대타를 구하지도 못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지하 주차장 높이에 맞춰)2m30㎝ 이하로 차량을 개조했지만 이마저도 전등에 2m23㎝인 차량이 부딪힌다”며 “한번은 차량과 전등이 부딪혀서 보험사에서 127만원이 청구됐다고 연락이 왔다”고도 털어놨다.

민종기 택배노조 롯데강동지회장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새벽에 집하하러 가는 것도 일반 차량이라고 못 들어가게 해서 결국 더 이상 못하겠다고 얘기했다”며 “나는 거래처를 잃은 셈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 지회장은 “기사님 한 분은 입주민들의 폭언으로 인해 다른 곳으로 가셨고 새로 오신 기사님은 한 달이 됐는데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저탑 차량으로 개조하려면 최소 15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돈이 든다”며 “지금 저탑 차량으로 배송하시는 분들도 마지 못해 하는 셈이다”고 덧붙ㅇ였다.

이 아파트에 사는 입주민 김모(29) 씨도 “요새 가족들도 택배를 많이 시켰지만 집 앞까지 잘만 왔다”며 “배송을 받는 사람들은 (택배 기사님들의)문제점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택배노조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한국통합물류협회 관계자들은 택배차량 공원형 아파트단지 지상 출입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 3차 회의를 진행했다.

고용부는 택배 저상 탑차 이용 시 근로자의 근골격계질환 위험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기로 하고 안전 기준 매뉴얼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문제가 된 공원형 아파트 단지의 입주민 대표자들은 협의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만큼 개별 아파트에서 논의된 방안을 이행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에 협의체는 아파트가 택배 기자 과로를 방지하기 위한 유인책을 마련하는 데 고심 중이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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