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이건희 신경영 28돌...반도체 초격차 다짐 계기로

삼성이 ‘이건희 신경영 선언’ 28주년인 7일을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히 보냈다. 안방 대장 수준이던 삼성을 세계적 초일류기업군으로 발돋움하게 만든 제2중흥기의 초석을 놓은 날이란 점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해 10월 이건희 회장이 유명을 달리한 후 처음 맞는 ‘신경영 선언일’이어서 더욱 그렇다.

신경영 선언 기념일이 조용하게 넘어간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7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송사에 휘말리고 구속을 반복하면서 특별한 행사는 사라졌다. 벌써 5년째다. 물론 떠들썩한 행사로 제2창업이나 재도약을 선언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그게 꼭 신경영 선언일이어야만 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조용하다고 신경영 선언에 흐르는 혁신정신마저 무뎌져서는 안 된다. 그만큼 의미가 남다르다는 얘기다.

지난 1993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혁신 패러다임의 변화였다. 그는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했다. 양산 체제 구축에 초점이 맞춰졌던 경쟁의 본질이 질과 속도까지 확장되는 전환점이었다. 하지만 신경영의 본질은 그걸 넘어선다. 그건 이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주문한 것일 뿐이다. 이 회장은 자신의 경영이념에도 신경영을 적용했다.

지금 세계는 반도체 대전이 한창이다. 메모리반도체 글로벌 1위 삼성전자의 위상도 위협받고 있다. 미국 메모리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이 이달 2일 대만 ‘컴퓨텍스 2021 포럼’에서 1α나노미터 D램 대규모 양산 시작을 발표했다. 1α나노 D램은 삼성전자의 14나노 D램에 해당하는 제품으로, 양산은 세계 최초다. 이날 마이크론은 지난해 11월에 양산에 들어간 176단 3차원 낸드 기반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신제품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이 두 제품을 아직 양산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한다. 비메모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대만 TSMC와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메모리 분야 핵심 제품에서도 마이크론에 추월을 허용하는 국면을 맞은 것이다.

마이크론은 삼성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해오고 있다. 삼성의 D램 점유율은 2016년 47%에서 2020년 42%로 떨어진 반면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23%에서 26%로 뛰어올랐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이 되겠다며 마이크론 등 자국 반도체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메모리시장 지배력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제 삼성은 이건희 신경영 이후의 역사를 준비해야 한다. 기존 사업의 유지 강화와 신사업을 비롯한 사업구조 개편은 기본 항목이다. 한국 산업사와 기업사를 넘어서는 가치를 마련하고 제시하길 기대한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