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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중권은 본말 전도, 김어준은 양치기”…29세 연구자의 프로보커터 비평 [정치쫌!]
‘프로보커터(Provocateur)’ 저자 김내훈씨
책 부제는 ‘그들’을 도발해 ‘우리’를 결집하는 자들
“주목 자체를 자본으로 활용하는 주목경제 시대”
진중권·서민·김어준 등 국내 주요 '스피커' 지목
‘가세연’ 두고는 “사이버렉카 한계 날마다 경신”
“프로보커터가 공론장서 일으키는 공해 경계해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왼쪽)와 방송인 김어준씨 [연합]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진중권은 ‘프로보커터들의 프로보커터’다. 진중권 전략의 핵심은 ①싸가지 없는 발언으로 상대를 도발한다 ②이에 격동한 상대를 적으로 만든다 ③적의 적은 나의 친구, 자연스럽게 우리편 추종자를 확보한다. 이것의 그의 전략의 핵심이다. 요컨대 한국사회에서 그를 가장 유명한 논객으로 만든 것은 ‘지식인으로서의 어젠다’가 아니라 ‘퍼포먼스 능력’이다.”

‘프로보커터:주목경제 시대 문화정치와 관종 멘털리티 연구’라는 책을 쓴 김내훈(29)씨의 분석이다. 김씨는 현 시점 한국사회 대표적인 ‘스피커’로 불리는 진중권 전 교수, 서민 단국대 교수, 방송인 김어준씨를 ‘프로보커터’로 규정, 비평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프로보커터’. 조금 낯설지만 영미권 언론에서는 이미 적잖게 쓰는 말이다. ‘도발하다’는 뜻의 프로보크(provoke)에 ‘행위자’를 나타내는 접미사(teur)를 붙인 단어로 한마디로 ‘도발자’다.

프로보커터는 ‘주목’ 그 자체를 자본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고전적 의미의 ‘선동가’나 ‘포퓰리스트’와는 구별된다.

김씨는 진중권, 서민, 김어준뿐 아니라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의 강용석 등 도발을 통한 주목을 생존의 수단으로 삼는 유튜버들을 프로보커터에 속한다고 썼다.

그는 김어준에 대해서는 “갈수록 양치기 소년이 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가 ‘~로 추정된다’, ‘소설을 써본다’ 등의 말을 즐겨 쓰는 점을 지적하며 “무겁게 다뤄져야 할 논의를 농담처럼 던지면서 검증책임은 피하되 공론장에 논쟁과 소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미국의 프로보커터들의 즐겨 이용하는 수법(화법)”이라고도 꼬집었다.

김씨는 “김어준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상대 진영에서 일으키는 도발을 또 다른 도발로 제압하는 역할을 맡은 인물”이라며 “상대 진영과의 진흙탕 싸움을 그에게 아웃소싱하려고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씨는 “유튜버들, 조잡한 프로보커터들이 내뱉는 수위 높은 도발, 각종 혐오표현, 폭력 선동, 가짜뉴스가 널리 유포되면서 공론장을 오염시키고 갈등의 볼륨을 키운다”고도 지적했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는 무관하게 철저히 ‘수익 모델’에 따른 행동을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조국,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며 뜬금없이 ‘애국 보수’ 유튜버로 불리게 된 유승준(스티브 유)도 새롭게 등장한 프로보커터로 볼 수 있다고 썼다. 전 국민을 적으로 돌릴 바에야 극소수의 친구들이라도 만들려는 전략이란 분석이다.

김씨는 “프로보커터는 과거에는 없었던 새롭게 탄생한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좋든 나쁘든 일단 이목만 끌면 그 주목 자체를 자본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목경제’ 시대” 라고 지적했다.

지난 2일 헤럴드경제와 서면 및 전화 통화로 인터뷰한 김씨는 지난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프로보커터라고 분석한 짧은 분석 글을 SNS에 올렸다가 우연한 기회에 책까지 출간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 페이스북 글을 본 한 계간지(황해문화) 편집장이 해당 분석을 확대해볼 수 있겠느냐고 제안해 계간지에 글이 실렸고, 이후 출판사에서까지 연락이 와 책을 쓰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연세대 대학원에서 미디어문화 분야를 전공하는 박사과정 연구자다.

이하는 그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프로보커터’ 저자 김내훈(29)씨 [사진=김내훈 씨 제공]

- 프로보커터와 관련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몇 년 전부터 제기돼온 ‘이대남’ 문제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보기 위해 영어권의 ‘반페미 코인’ 유튜브를 찾아보다가 마일로 이아노풀로스라는 인물을 접했다. 그는 누군가를(페미니스트, 여성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기분 나쁘게 함으로써 유명해지고 커리어를 쌓고 추종자를 거느렸다. 언론은 그에게 운동가나 비평가가 아닌 프로보커터라고 따로 이름을 붙였다. 엄연히 다른 별종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함일 것이다.

- 책이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시기가 잘 맞은 것 같다. 지난 몇 년간 진중권, 김어준 등 소수 인물들이 끊임없이 언론을 장식하고 담론을 주도하는 데 대해 많은 사람이 피로감을 갖기 시작한 시점에, 이미 많은 사람이 느끼는 바를 제 나름의 언어로 정리한 것이 생각 외로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이 아닐까 한다. 책 출간 직후 김어준과 TBS 거취 문제 논쟁이 격렬했고 진중권과 이준석 간의 비방이 스포츠처럼 실시간 중계되면서 꾸준히 책이 인용된 점도 한몫 한 것 같다. 전혀 의도치 않게 제 책이 ‘젊은 90년대생 논객이 기성 60년대생 논객들을 비판하는 책’이라는 식으로 보도된 것도 한몫한 듯하다.

- 진중권, 서민, 김어준씨 등으로부터 반응이 있었나

▶진중권 전 교수는 나의 인터뷰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이런 의견도 있습니다’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넘겼다. 서민 교수도 인터뷰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했는데 자신이 3인 중 1인으로 다뤄진 데 대해 흥미로워한 것으로 보인다.

- 자신의 인터뷰 기사에 달린 댓글 등 독자들의 반응은 어떻게 읽었나

▶양극의 댓글이 동시에 올라와서 흥미로웠다. 진중권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김어준과 묶었다는 데 분노하고, 김어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진중권과 묶었다는 데 분노했다. 나더러 프로보커터라고 하는 사람도 많이 있었다. 기사부터 접한 사람들은 ‘프로보커터’라는 말을 단지 ‘무명인사가 주목을 위해 유명인사를 비판하는 행위’에 붙이는 말로만 받아들인 듯 하다.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하는데 벌써 그 말을 나름대로 응용하고 있다는 의미가 되고, 앞으로 강한 표현을 일삼는 유튜버 등 잡음을 일으키는 사람들을 일단 ‘프로보커터’라는 개념을 통해 의심부터 해보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 도발적 언설은 미디어 홍수 시대에 불가피한 전략이고 진중권, 서민, 김어준 등의 메시지는 단순한 도발을 넘는 힘이 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나

▶도발적 언설이 ‘불가피한 전략’이 됐다는 사실을 문제시하는 것이 책의 취지다. 최소한 서민 교수는 처음부터 메시지랄 것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진중권의 경우 옹호할 수 있는 면면이 많이 있지만 일찌감치 내용과 표현의 본말이 전도됐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단순화하는 것이 지식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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