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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은 “안전” vs 김포는 “교통”…‘님비-핌피’ 뒤얽힌 GTX [촉!]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는 ‘GTX 통과 결사 반대’
서울 왕십리·광화문 ‘유치전’…김포는 “강남 연장”
전문가 “수혜자 아닌, 수요자 고려 우선돼야”
“지역 이기주의…‘강남 집중 현상’ 지양해야”
더불어민주당의 김주영(오른쪽)·박상혁 의원이 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GTX-D 원안사수!’ 김포-하남 노선 반영과 서울 5호선 김포 연장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삭발하고 있다. 두 의원의 지역구는 경기 김포갑·을이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경기 김포갑·을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의 김주영·박상혁 의원은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채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았다. 이윽고 시민단체 김포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 관계자들이 두 의원의 머리에 바리캉을 갖다 댔다. 머리카락이 툭툭 떨어져 나간 두 의원의 머리는 금세 새파랗게 변했다. 삭발식이었다. 삭발을 끝낸 두 의원과 연석회의 관계자들은 호소문을 낭독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의 서울 강남 직결’을 다시 한 번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GTX 건설 사업이 ‘내 집 아래 선로는 안 된다’는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와 ‘내 집 앞으로 와 달라’는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yard) 현상이 맞물리며 몸살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지역 이기주의에서 찾았다. 수요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GTX 노선 개설을 검토하되, 향후 각종 시설의 ‘강남 집중 현상’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등 노후화된 아파트 주민들은 안전과 소음 문제로 GTX-C노선의 지하 통과 ‘결사 반대’를 내걸고 서초동에서 차량 행진 집회를 이어 갔다. 비슷한 시각, 서울 종로구 덕수궁 디팰리스 앞에서는 ‘광화문 GTX역 신설’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GTX 사업을 놓고 아파트에 따라 ‘유치전’과 ‘유치 반대’가 극명히 갈리는 모습이었다.

이 밖에도 2023년 개통을 앞둔 GTX-A노선의 경우 강남구 청담동 주민들이 주택가 지하로 노선이 통과하는 것에 반발해 행정소송으로 한 차례 홍역을 겪었다. 강남구청도 시행사에 굴착 허가를 내주지 않았지만 지난해 5월 굴착 불허가 부당하다는 행정소송 판결이 난 후 착공됐다.

이에 반해 일부 지자체는 GTX 3개 노선의 추가 정차와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는 왕십리역 GTX-C 노선 추가 정차를 위해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성동구는 성동구민 추진위원회·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주민 약 30만명의 성명서를 서울시에 전달하기도 했다. 서울시도 광화문(시청)역과 왕십리역에 GTX 추가 정차 의견을 국토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GTX를 둘러싼 ‘님비-핌피 현상’과 관련, 일단은 수요자를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두 현상 공통적으로 지역 이기주의 바탕을 두고 있다”면서도 “사람의 욕심에 따라 어찌 보면 당연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현실적으로는 김포시는 9호선과 연결돼 있는데 이 구간의 혼잡도가 굉장히 높다”며 “지역 이기주의를 떠나 김포시의 노선 혼잡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찾는 일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GTX 신도시의 개발 목적은 ‘서울 강남에 접근하기 쉬운 신도시를 만드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강남에 들어가는 노선은 더 이상 만들만한 공간도 없다”며 “현재로서는 있는 역과 GTX 노선을 연결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GTX 노선의)수혜자가 아니라 수요자를 파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GTX-D 노선이 강남 사람들을 위한 노선인지, 김포시민들을 위한 노선인지 판단한 다음 수요자가 아닌 수요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GTX를)놔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역 이기주의를 떠나 우리 사회가 특정 지역에 부와 자원이 쏠려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에 대한 정부의 균형 개발 실패, 강남 집중 현상의 부작용이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서울 집값이 비싸다 보니 사람들이 수도권 외곽에 많이 살고 있는데, 왜 GTX 노선들이 다 강남으로 향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고민해 봐야 한다”며 “강남에 많은 것들이 집중되다 보니 역으로 많은 교통들도 집중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탈감을 ‘님비-핌피 현상’의 원인으로 진단한 의견도 있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심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나보다 더 잘 사는 사람이 생기는 것을 놔둘 수 없다는 심리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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