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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잡고 응징한다?…“입맛대로 취사선택되는 ‘공익’”[촉!]
‘여대 부근’ 스토커, 재학생 신고·목격자 진술 힘입어 특정
공익 앞세워 무단 신상 공개한 디지털교도소 운영자 실형
의견 피력하는 수준 넘어 직접 응징 나서는 경우 문제
“흥미 위주 피해사실·범죄 혐의 다루는 문화 자제해야”

성범죄자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을 무단으로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디지털 교도소’ 1기 운영자 A씨가 지난해 10월 6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강제 송환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으로 ‘방구석 코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최근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특정 사건과 관련해 직접 행동에 나서는 사례가 두드러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공익을 앞세워 행동에 나서지만 수사기관이 아닌 사인(私人)이 내세우는 공익은 결국 대중의 입맛대로 취사선택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경찰은 서울 시내의 한 여대 캠퍼스 인근을 배회하며 연락처를 묻거나 공동 현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을 지켜본다는 혐의를 받는 용의자 A씨를 특정했다. A씨를 가려내는 데에는 해당 대학 재학생들의 역할이 큰 몫을 했다. A씨가 출몰한다는 경험담이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여러 차례 공유되면서 순찰 민원을 넣자고 독려하거나 경찰에 신고를 하는 재학생들이 나타났다. 경찰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목격자나 피해자를 찾기도 했다.

문제는 수사기관·사법기관에 의견을 피력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응징에 나서는 경우다. 지난해 성착취물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세력을 불렸던 ‘디지털 교도소’도 잘못된 사적 구제로 처벌을 받은 대표적 사례다. 디지털 교도소는 성범죄, 아동학대, 강력범죄 피의자 등의 처벌이 약하다며 사회적 처벌을 받게 하겠다고 취지를 내세웠다. 무단으로 사진과 연락처 집 주소 등을 게시했으나 일부 게시했으나 일부에서는 사실이 아니라며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1심 재판부는 “자의적인 정의감으로 기대 사실 내지 허위사실을 게시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생후 16개월 만에 양부모의 학대 끝에 사망에 이른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선 유튜브 채널 제이TVc 운영자가 양모 장모 씨가 남편 안모 씨에게 보낸 ‘옥중 편지’를 무단 공개하기도 했다. 공개 취지와 관계없이 해당 운영자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이들의 활동은 공익성이 일부 인정되기도 한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 구본창 씨의 경우 명예훼손 혐의 등 재판이 진행 중이다.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재판은 현재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기까지 중단된 상황이다.

사적 구제에 나서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명분은 ‘공익성’이다. 주로 죄질이나 국민적 여론과 공분에 비해서 법적 처벌이 약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법적 근거 없이 사인들이 주장하는 공익성의 기준은 일관적일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사인은 공적인 기능을 부여받은 공권력과는 다르기 때문에 보고 싶은 대로 대중의 입맛대로 공익성을 취사선택하기가 용이하다”며 “단순한 흥미 위주로 타인의 피해사실·범죄 혐의를 함부로 다루는 문화나 현상은 분명히 서로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침해 등 다른 범죄로 이어지기 쉬운 데다 유튜브 등 온라인 특성 상 피해가 회복되기도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채다은 법률사무소 월인 변호사는 “폐쇄회로(CC) TV를 찾아 공개하는 방식이 최근 두드러지는데 개인정보·초상권 침해 우려가 있다”며 “법적 처벌을 감수하고 공익성을 내세운다지만 사적구제는 결국은 보복의 형태로 너도 나도 나서면 걷잡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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