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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文대통령-기업총수 회동, 정부·기업 ‘2인3각’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5·21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최고의 순방, 최고의 회담”이라고 극찬했다. 2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4대그룹(삼성·현대차·SK·LG) 대표와의 오찬회동도 그 연장선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화기애애한 시간이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의 공로를 거의 전적으로 기업에 돌렸다. 44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결정한 4대그룹이 한·미 동맹을 군사·안보 분야에서 경제·기술 분야로 확대하는 주춧돌이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백신외교’에 돌파구를 마련해 코로나19 위기극복과 경제발전에도 기업이 주된 역할을 해온 점을 격려했다. 경제단체 대표격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 회장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건의에도 “(기업들의) 고충을 이해한다”며 “국민도 (사면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며 열린 태도를 보였다. 4대그룹 대표들도 문재인 정부의 제1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며 화답했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4대그룹 총수들을 따로 만나 이처럼 흉금 없이 소통하는 게 얼마 만인가 싶다. 주로 진보진영 정권에서 우리 기업들은 ‘재벌’이란 이름이 상징하듯 양극화의 주범, 공정 분배의 적으로 몰리며 개혁의 대상이 됐다. 지금도 기업규제3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반기업정서에 기반한 입법들이 기업인들을 옥죄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떠받친 기업들의 활약상을 통해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을 것이다. 이제 우리 기업이 가진 글로벌 초격차 기술은 나라의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역량이 됐다. 거대 중국에 맞선 인구 2360만 대만의 최강 방위 전력이 반도체 위탁생산 글로벌 1위 업체인 TSMC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해 TSMC를 손에 넣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는 얘기다.

미-중 패권전쟁 시대를 맞아 각국 정부는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만 정부는 최근 극심한 가뭄에도 벼농사에 쓸 물까지 끌어다 TSMC를 지원했을 정도다. 그렇게 성장한 기업이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움직이는 지렛대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반도체·바이오의 삼성전자를 비롯해 전기·수소차, 2차전지 등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는 우리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이 정도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중국은 반도체굴기에 170조원을 투입하고 있지 않은가. 문 대통령은 기업과 만날 때마다 미래 전략산업에서 ‘패스트 팔로(빠른 추격자)’가 아닌 ‘퍼스트 무버(첫 번째 개척자)’가 되자고 역설해왔다. 정부와 기업이 2인3각의 총력전을 펼친다면 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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