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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성폭력 감시단’ 활동 확산…“피해자 노출 우려 여전”[촉!]
지자체들 ‘디지털 성범죄 감시단’ 운영
서울·대전, 단순 성범죄 광고글 등 신고
경기·부산, 불법 촬영물까지 적발·신고
한사성 “시민 감시단 확대 우려…피해자 노출 가능”
전문가들 “피해 여의 노출 문제 지속 모니터링 필요”
[123rf]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주요 지방자치단체에서 최근 확대하고 있는 ‘디지털 성폭력 감시단’ 시행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자체들이 디지털 성범죄 개선 작업에 일반 시민들을 끌어들여 행정 성과를 내는데 치중하다, 오히려 성범죄 피해자들의 신상 노출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오는 7월 초부터 디지털 성범죄 근절에 관심 있는 20세 이상 일반인들을 모집해 ‘디지털 성범죄 시민 감시단’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주로 포털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 국한해 올라온 ‘불법 촬영물 매매 광고’나 ‘지인합성’(아는 사람의 얼굴과 음란사진을 합성) 광고 등을 해당 웹 플랫폼에 신고하고, 신고 이후 처리 시스템이 해당 포털 등에서 잘 작동하는지 감시하게 된다.

대전시도 이달 초부터 오는 10월까지 ‘디지털 성범죄 온라인 시민 감시단’을 운영한다. 성인지 감수성을 지닌 소수의 시민을 뽑아 플랫폼이나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확인해 성희롱 발언이나 불법 성매매 광고 게시 글을 발견, 유관 여성단체에 신고하게 할 예정이다. 불법 영상물이 발견되면 영상 삭제를 지원하는 부설 상담소에도 이를 알릴 예정이다.

부산시 역시 이날부터 오는 11월말까지 ‘디지털성범죄 대응 사이버감시단’을 운영한다. 30명의 사람을 뽑아 포털사이트·SNS뿐 아니라 불법 음란 사이트에 올라온 불법 촬영물 등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해 조치를 요구하게 된다. 1인당 월 25건의 실적 달성 시 24만원의 수당 역시 지급된다.

오는 12월까지 9개월간 SNS를 모니터링하는 경기도의 ‘디지털 성범죄 도민 대응감시단’의 경우, 지난해 활동 당시 2개월 만에 온라인 불법 영상·게시물을 적발해 550건을 신고한 바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의 ‘디지털 성범죄 시민 감시단 모집 공고[서울시청 관련 페이지 캡처]

그런데 이런 지자체의 감시단 활동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최근 각 지자체에서 디지털 성범죄 시민 모니터링단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모니터링과 삭제 지원이 하나의 ‘행정적 유행’처럼 번지는 양상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성폭력 근절’이 감시단 운영의 주된 목적이 아니라 “일단 감시단을 만들고 보자”식의 행정적 대응이 우선시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불법 촬영 영상 찾기’를 제외하고, 포털 사이트나 SNS상의 단순 광고나 성범죄 제안 등을 찾아다니는 것을 시민에게 맡기는 것 역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단 지적이다.

이효린 한사성 사무국장은 “설령 SNS상 글을 읽어보는 차원의 모니터링이어도 의도치 않게 짧은 불법 영상·이미지 등을 보게 돼 피해자 노출 위험은 여전하다”며 “시민의 역할이 그러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시민 감시 활동을 긍정하는 의견도 있다. 하예나 전 DSO(디지털성폭력아웃) 대표는 “제보하는 정도라면 일반 시민이 감시단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며 “텔레그램 ‘n번방 사태’를 밝혔던 이들도 일반 시민이고, 사실 디지털 성범죄에 관련한 ‘전문가 개념’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시내 사립대의 한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로선 일반 시민의 참여가 어느 수준으로 돼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피해가 될지 불분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감시단 활동을 지켜보면서 피해 여성들의 애로 사항을 수집하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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