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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의역 참사 5주기…“청년노동자 일터에서 계속 죽어나가”[촉!]
“수년 지나도 청년 노동자들 죽음 되풀이”
추모의 벽 앞에서 발길 못떼는 시민들
故 김용균 모친 “유족들끼리 위로받아”
5년 전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서 혼자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숨진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김모 군을 추모하는 메시지가 지난 26일 구의역 내선 순환 9-4 승강장 스크린에 붙어 있다. 신주희 기자/joohee@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신주희·주소현 기자] ‘5년이 흘러 다시 찾았습니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 붙어 있는 메모들이 5년 전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오는 28일은 2016년 스크린에서 정비를 하던, 당시 19세였던 김모 군이 끼어 숨진 ‘구의역 참사’가 발생한 지 정확히 5주기가 되는 날이다.

지난 26일 오후 구의역 내선 순환 9-4 승강장 스크린 벽 앞에 붙어 있는 추모의 메모를 하나하나 읽어 보던 시민들은 “청년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는 현실은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승강장 한편에 설치된 추모의 벽에서 글귀를 읽고 있던 시민 이모(59) 씨는 “우연히 지나가다가 있길래 읽고 있었다”며 “구의역 사고 이후로도 비슷한 사고들이 일어나니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외주화가 제일 먼저 해결돼야 하고, 위험한 업무라면 안전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승강장에 서있던 시민 오모(70) 씨도 “사건 당시에는 굉장히 분주하게 법안을 마련하지만 똑같은 사고가 또 일어나는 것을 보면 변화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근본적으로 산업재해 안전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역시 9-4 승강장 앞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던 시민 A(60) 씨는 “집이 이 근처인데 아들 또래라 더욱 안타깝다”며 “약자만 더 죽어 나가고 있는 세상인 것 같다”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참사’ 후 수년이 지나도 청년들의 죽음은 계속되고 있다.

2017년 제주 생수공장에서 고교생 현장 실습 도중 사망한 이민호 군에 이어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설비 작업 도중 목숨을 잃은 계약직이었던 김용균 씨, 올해 4월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철판에 깔려 사망한 대학생 이선호 씨까지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일터에서 죽은 청년 노동자들의 부모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싸움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자식들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기업을 상대로 산재를 증명해야하기 때문이다.

김용균 씨의 어머니이자, 김용균재단 이사장인 김미숙 씨는 27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자식을 잃어 아파할 겨를도 없이 그 아픔을 뒤로 하고 아들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 받기 위해 증거를 모으는 일이 힘들었다”며 “기업은 당연히 폐쇄회로(CC)TV나 업무 메뉴얼 등을 제대로 보여주려 하지 않는데 이들을 상대로 죽음의 이유를 찾는 일은 너무나도 힘든 싸움”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4월 이선호 씨가 사망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바로 장례식장으로 달려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마음이 아팠다”며 “이후 방문한 장례식장에서 오히려 유족 분들께 위로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씨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 받지 않는 등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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