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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위치, 112로 신고해”…스토커 잡으러 나선 여대생들 [촉!]
한 달간 학생 신고·목격자 진술 반복한 끝에 경찰, 용의자 특정
“순찰민원 자주 넣어” “경찰서 다녀왔다”…잇단 독려·후기
경찰도 목격자·피해자 제보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서 찾아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여러 명을 타깃으로 두는 게 정말 음침하고 소름 돋아. 불 들어오는 거로 집 주소를 특정할 수도 있는 거고…. 짜증 나네. 왜 이래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나서야 하는 게 있으면 나도 동참할게.”(4월 27일)

“안전이 최우선이니 집에 조심히 들어가고…. 그 사람 본 시간이랑 위치를 적어서 112에 문자 신고하자! 오늘 비 오고 어두우니까 또 올 것 같았는데 예감이 틀리지 않았네.”(5월 4일)

지난 4월 말부터 서울의 한 여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캠퍼스 인근 주택가를 배회하는 한 남성에 대한 게시물이 수십건 올라왔다. 주로 ‘○○ 시간대에 ○○ 골목에서 키 170㎝대 중반의 덩치가 큰 남성이 귀갓길을 빤히 바라본다’는 내용이었다.

26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이 학교 학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피해 사례를 모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찰에 반복적으로 신고하고 경찰 조사에도 적극 응하는 방식으로 범죄 예방에 동참하고 있다.

일례로 재학생 A씨는 범죄심리학자에게 자문해 “순찰 민원을 자주 넣고, 경찰을 만나 스토커에 대해 얘기할 때 민원과 신고가 많고 계속 주시하고 있음을 전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재학생들은 경찰에 신고한 후기를 올리는 방식으로 추가 신고를 독려했다. “순찰신문고에 다 같이 탄력 순찰해 달라고 민원을 넣자”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망설이고 있다면 용기 내 경찰에 목격자 진술을 해 달라” 등의 식이다.

이에 적극적으로 경찰에 신고하고 나선 학생도 있다. 지난 18일 재학생 B씨는 “스토커에게 말을 걸고 주민등록증을 보여 달라고 해 동영상으로 촬영했다”며 “해당 영상을 경찰에 넘겼다”고 했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성북경찰서는 캠퍼스 인근 주택가를 배회하며 현관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귀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등 불안감을 조성한 30대 남성 C씨를 특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순찰 중 학생 등의 탐문 내용과 비슷한 사람이 있어 특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역시 수사에 학내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했다. 경찰은 지난 9일 목격자에게 담당 지구대나 경찰서로 진술을 해 달라고 한 데 이어 용의자가 특정된 지난 24일에는 범죄 사실과 혐의 등을 특정하기 위해 피해 제보를 구했다.

경찰 관계자는 “C씨가 단순히 따라다닌 게 아니라 현관 비밀번호까지 들여다봤다면 입건을 해야 한다”면서도 “떠도는 얘기라 피해자가 누군지, C씨와 해당 인물이 일치하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지적했듯 용의자로 지목된 C씨에 대한 구체적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C씨가 받을 처벌은 경미하다. 현행법상 스토킹은 1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경범죄처벌법으로만 처벌할 수 있다.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할 수 있는 스토킹범죄처벌법은 오는 10월 21일부터 시행된다. 형법에 변경이 있는 경우 행위 시 법규를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시행일 이후 스토킹 범죄에 해당 법이 적용된다.

경찰은 가해자에 대한 현행범 체포, 즉결심판 등 스토킹처벌법 시행 전 공백기 동안 스토킹 범죄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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