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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해도 끊을 수 없는 가정폭력…“반복 범죄 엄벌해야”[촉!]
폭행·특수협박 전력 前남편 상해 벌금 50만원 선고
이혼 17년 뒤 前남편 성기 절단한 70대…접근금지 신청
‘가정의 평화’ 목적으로 한 가정폭력처벌법 제역할 못해
“2차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접근금지 등 보호 강화돼야”
가정 폭력 관련 이미지. [123rf]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이혼했거나 이혼을 앞뒀더라도 이를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배우자들의 가정 폭력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반복된 범죄인 만큼 엄벌이 필요하다”며 “접근금지나 개인정보 보호 등 피해자 입장에서 실질적인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8단독 김영호 판사는 이혼 소장을 접수했다는 이유로 폭행과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7)씨가 약식명령에 불복하고 청구한 정식재판에서 최근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배우자 B(49)씨의 이혼 소장에 화가 나 생수통에 들어 있던 물을 뿌리고 손으로 피해자 팔을 잡아당기고 몸을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주방에 있던 유리컵과 옷방에 있던 행거를 거실에 집어던지는 등 재물을 손괴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가정폭력은 이혼한 후에도 이어진다. 강원도에 거주하는 C씨는 지난해 9월 대리운전을 하던 전처 D씨를 우연히 마주쳤다. C씨와 D씨는 20년간 부부 생활을 마치고 2014년 이혼했다. C씨는 D씨를 거듭 때려 벌금형, 집행유예 등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C씨는 운전석 문을 열고 D씨를 차 밖으로 끌어내 머리채를 잡아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누적된 가정폭력은 보복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윤모(70) 씨는 전 남편과 이혼한 건 17년 전이었으나 아이들이 결혼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마음으로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 지난해 6월 이혼한 전 남편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성기와 오른쪽 손목을 자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기도 했다.

반복되는 범죄에는 일반적으로 형사처벌이 가중되지만 가정폭력은 예외였다. 가정사에 수사기관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기조가 오래 유지돼온 데다 부부 관계를 이어온 피해자가 큰 처벌을 원하지 않는 탓이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여변) 공보이사는 “수사기관에서 부부 간 문제라 보는 시각이 이전보다 나아졌다지만 비교적 가볍게 처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서정 홈즈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도 “피해자가 가정 내에서 해결하려는 경우도 있고 수사기관에서도 가정에서 해결될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 가정폭력이 경미한 처벌을 받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10년 전 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됐으나 법안의 목적은 “가정폭력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며 피해자와 가족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함”이라며 처벌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대법원 양형기준표에 따르면 가정폭력에 대개 적용되는 일반폭행은 상한이 징역 10월에 불과하다. 대부분 약식기소인 데다 처벌이 경미하고, 그나마도 원치 않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이혼을 전후로 벌어지는 가정폭력은 강력범죄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하 변호사는 “이혼소송이 제기되면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항상 행사할 수 있었던 우월적 지위를 잃게 되면서 더욱 강한 힘을 부려 많이 사고가 난다”고 했다.

서혜진 여변 인권이사는 “일방이 이혼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주거지나 직장을 찾아가서 만남을 종용하거나 폭력을 가하는 등 스토킹, 2차적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서로 잘 아는 상대에 의한 폭력인 만큼 적절하게 단절시켜 줄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강력한 형사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가 함께 해야 한다고 봤다. 하 변호사는 “가정 내에서 일어났고 가족 관계가 얽혀 있다는 점만 빼면 죄질이 나쁘다”며 “반복된 폭행인 만큼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했다. 서 변호사도 “폭력이 반복되는 데에는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도 “가해자에게 새롭게 강한 처벌을 내리는 것보다 가정보호 사건이나 상담명령 부과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검토하는 등 또 다른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개인정보 보호 등 피해자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 변호사는 “아무리 가족이어도 공개하지 않도록 당사자의 의사에서만 개인정보를 다뤄야 한다”며 “피해자에게 의미 있는 보호조치나 가해자에게 가해지는 국가의 공권력 제재가 강력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도 “가정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를 찾기 너무 쉬워서 피해자가 은신처를 찾아도 가해자가 금방 주소를 찾아낸다”며 “100m 이내에 접근하게 하지 못하게 하는 등 접근금지 명령이 형식적으로 약하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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