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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 간 남녀 갈등은 각종 지표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특히 20~30대 여성이 느끼는 불평등·성희롱에 대한 민감도는 상당히 높은 편인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3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내놓은 ‘청년의 생애과정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미래 전망 연구(5~39세 1만101명 대상, 2020년 5~12월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청년층(19~39세 사이)에서 성별 불평등 인식 격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의 74.6%는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데 비해, 남성의 51.7%는 ‘우리 사회가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했다.

특히 가정에서 딸이 집안일, 제사 등을 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학교에서는 남학생에게 무거운 것을 드는 일을 더 많이 시키며, 직장에서 여성에게 다과·음료를 준비시키는 성차별적 관행을 경험한 비중이 모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가 아들보다 딸이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것을 당연시 했는가’라는 질문에, 여성의 55.4%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남성의 29.9%만이 ‘그렇다’고 했다.

일터에서의 차별 불 여성의 52.2%는 “화장이나 여성스러운 옷차림과 말투, 행동을 요구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의 금융 기업에 다니는 20대 윤모 씨는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너무나 익숙하게 화장과 말투 등이 여성 직원의 품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발견한다”며 “‘직장인’으로서 신경 쓴 외적 모습이 때로는 ‘여성’이기에 강요받는 차별일 수 있다는 점을 깜박할 정도로 저의 일상 생활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의 생애과정과 미래 전망' 조사 결과[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제공]

지난 5월 ‘행복한 일 연구소’가 발표한 ‘성희롱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연구보고서(전연령대 1만명 대상, 2020년10~11월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20~30대 여성의 문제의식은 드러난다.

이 연구소는 성희롱에 대한 성별 인식 차이를 분석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성희롱에 대한 인식을 잘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성적인 말과 행동에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지 않아도 성희롱이다’는 것에 대해 남성이 여성보다 높은 점수를 줬는데, 이런 인식을 연구소는 ‘성희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라고 보고 분석했다.

그 결과 성희롱 피해에 대한 인식이 20대 여성은 2.04점, 20대 남성은 2.80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가 0.76점으로 전 연령대 중 성별 인식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 특히 ‘성희롱 피해는 과장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에 20대 여성과 20대 남성은 0.9점으로 가장 큰 인식 차이를 보였다.

연구진은 ‘성희롱은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않은 사람의 책임이 크다’, ‘친근감의 표현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다’, ‘성희롱 피해는 과장되는 경향이 있다’, ‘자연스러운 성적 표현이 성희롱으로 오해되기도 한다’는 잘못된 성희롱 편견을 알아보려고 해당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인구 특성별로 성희롱 관련 분쟁이 상시화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20대 여성 최모 씨는 “한 마디 말, 하나의 행동도 신중하게 상대방에게 의사를 묻고 해야 한다고 본다”며 “한마디 한마디를 따지는 것이 성적 표현을 하는 남성들만의 집단 문화를 와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는 “1990년대 중반부터 대부분 받게 된 고등교육 영향으로 MZ세대가 전반적으로 성별 불평등 등에 대한 감수성이 다른 세대에 비해 높은 편”이라며 “사회 불평등은 남자와 여자 모두 겪고 있지만, 청년 여성이 취업이나 일상에서 느끼는 구조적 문제가 실증 연구에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ra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