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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무원 준비 올인하는 중국 Z세대들 "민간기업 불확실성 싫어"
"사기업에서는 미래 불확실성 높아"…공무원 시험 열풍
중국 학원계도 공무원 시험 학원이 대세…최고 부호 배출
중국 젊은이들이 민간기업 대신 정부 공무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 국립박물관에서 한 방문객이 중국 당국이 화성에 보낸 탐사장비 모형을 바라보는 장면.[A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중국 젊은이들이 미래가 불확실한 민간기업보다는 안정적인 공무원을 선호해 공무원 시험 응시자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올해 2만5700여명을 뽑는 중국 국가 공무원 시험에 총 158만여명이 지원해 평균 6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SCMP는 2003년 12만5000명이던 공무원 시험 응시자는 2009년 105만명으로 불어났고, 그로부터 20년도 안 된 올해에는 10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지방 정부 공무원 시험까지 포함시키면 응시자는 900만명으로 불어난다.

신문은 중국에서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침체를 겪은 뒤 최근 고용시장이 서서히 살아나고는 있지만,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들이 갈 만한 안정적 일자리는 찾기 어려워졌다면서 공무원 시험 '광풍' 배경을 분석했다.

정년 퇴임 시한 연장, 민간기업들에 각종 규제 철퇴를 가하는 중국 당국의 막강한 권한도 이런 쏠림 현상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광둥성 후이저우 출신으로 현재 셴젠의 한 기술기업에 근무하는 동리앙은 2018년 대학을 졸업하고 2년여간 근무했지만, 올해 공무원 시험에 지원했다.

그는 "지난 2년간 퇴근 시간에 맞춰 퇴근한 적이 거의 없지만, 기술기업의 미래는 매우 불확실하다"면서 "모든 직장 동료들이 실직할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한다. 정말 지친다"고 말했다.

신문은 그를 필사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 수백만명의 중국 젊은이 중 한 명으로 묘사하면서 안정적이고 많은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중국 공무원의 지위가 그를 매혹시켰다고 전했다.

▶"사기업에서는 미래 불확실성 높아"…공무원 시험 열풍=공무원 시험 열풍이 불면서 공무원 시험 학원 등 관련 산업으로 한몫 잡으려는 사람들도 쏟아지고 있다.

셴젠에서 동량 공무원 연수센터를 운영하는 리동제는 SCMP에 "공무원 시험 준비부터 정부 공무원 수요에 맞춘 헤드헌팅업까지 공무원 관련 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셴젠에서 1년간 460만달러(약 52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현재 20여명으로 꾸린 자신의 팀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수한 인재를 원하는 중국 기관들의 수요가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도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전례 없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5년에서 10년 전까지만 해도 젊은 사람들은 공무원이라고 하면 안정적이지만 소득이 낮고 지루한 직업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중국의 급속한 고령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약 5년 전부터 이런 분위기가 급변했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한 젊은 예비 사회인들이 이전 세대들보다 더 애국적이고 중국 공산당에 우호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공무원 처우가 민간 기업에 비해 훨씬 낫다는 점도 결정적 요인이다.

공무원 월급은 민간 기업 월급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후이저우의 시청 공무원이 되면 월급은 1만4000위안(약 245만원)에 달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반면, 유에카이 증권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대학 졸업자 중 가장 높은 월급을 받는 컴퓨터 공학과 졸업생의 월급은 6858위안(약 120만원)에 불과하다.

공무원 시험 열풍에 따라 중국 학원업계에서는 신세대 부유층이 속출하고 있다.

후룬 리포트의 중국부호 리스트에 따르면, 공무원 시험준비 학원인 Offcn 교육기술 공동창업자이자 회장 리용신은 재산 130억달러(약 14조7147억원)로, 중국 교육분야 기업인 중 재산규모 1위에 올랐다.

▶중국 학원계도 공무원 시험 학원이 대세…최고 부호 배출=앞서 2000년대 초에는 유민홍이 영어교육업체 뉴오리엔탈 교육기술그룹을 창업해 정부나 해외기업에서 일자리를 찾는 중국 대학 졸업생들에게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 학원계의 분위기도 대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후룬 리포트 창업자인 루퍼트 후지워프는 "교육 수요의 변화를 읽으면 중국 경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2000년 중국 베이징대를 졸업한 신디 장은 "중국 대학 졸업생들의 구직 행태가 20년전과는 달라졌다"면서 "1990년대와 2000년대는 대학생들이 입학과 함께 미국 유학 등을 위해 GRE 시험 등을 준비했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 해외 유학 뒤 맥도날드, 말보로 등 다국적 기업에 들어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는 맥도날드, 코카콜라, 나이키, 말보로 같이 다른 나라에서 사용되는 물건들을 써보고 싶어했다"면서 "글로벌한 브랜드 상품들이 가장 인기 있었고, 그런 곳에 몸담게 되면 자신의 가치가 가장 돋보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인 Z세대가 등장하면서 직업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졌다.

SCMP는 "많은 중국인들은 아직도 민간기업들에서 이른바 '996' 문화(9시 출근, 9시 퇴근, 주 6일 근무)를 기반으로 하루하루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인다"면서 난징대 대학원생 통통을 인용 "칭화대나 베이징대 박사학위를 받아도 구직이 어렵다는 걸 알았다. 난 생각을 바꿔 공무원이 되기로 했다"고 전했다.

통통은 2월 박사과정을 포기하고 광둥성과 하이난성 공무원 시험을 치렀고, 현재 셴젠에서 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공무원 생활은 고난이도의 능력을 요구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고 각종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이런 일은 내 인생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리샤오이는 광둥성 포샨에 있는 정부 지원 연구소에서 근무하지만, 보다 안정적인 미래와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앞으로 자신의 3번째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계획이다.

그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내가 일하던 회사는 하나씩 문을 닫았고 갈수록 월급은 적어졌다"면서 "그래서 공무원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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