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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리는 중산층 이상, 지갑은 팍팍"…MZ세대의 명품 소비, 왜?[언박싱]
‘알 건 다 알지만’ 얇은 지갑 가진 MZ세대
해외에서 온 ‘여우 로고’에 환호
늘어나는 명품 소비 “양극화” vs “월급 모아 구매”
지난해 명품 샤넬의 가격 인상 소식에 백화점 명품관 앞에 줄을 선 사람들 [연합뉴스 제공]
엑소 멤버 카이가 모델인 명품 브랜드 구찌 [구찌 홈페이지]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25.1%, 50.7%…MZ(밀레니얼+Z)세대를 설명하는 두 숫자가 있다. 전자는 청년세대의 체감실업률 지표인 4월 확정실업률이다. 후자는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전체 명품 매출에서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각종 지표는 젊은 세대를 ‘부모세대보다 가난한 세대’, ‘최악의 고용한파를 경험하는 세대’라 말하는데, 백화점 업계에서는 “영앤리치(젊고 돈이 많은 사람을 뜻하는 용어)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는 말이 나온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걸까.

‘알 건 다 알지만’…슬픈 지갑 사정

MZ세대의 소비 성향을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지갑 사정을 알아야 한다. 그동안 MZ세대는 지갑사정에 맞지 않게 ‘플렉스(FLEX)’를 즐기거나, 소소한 지름으로 만족하는 ‘소확행’ 세대로 불렸다. 하지만 이들의 경제상황을 들여다보면 몇 가지 단어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MZ세대를 “머리는 ‘중산층 이상’이나, 지갑은 ‘팍팍’한 세대”라 말한다. 여기서 중산층이란 높은 생활수준을 누리는 계층을 뜻한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MZ세대는 부모가 제공한 중산층의 삶에 익숙하거나, 대학에 입학하면서 혹은 문화를 통해 중산층 문화를 수용했다”며 “그런데 자신은 취업도 못하고, 집도 사니 중산층으로 갈 가능성이 낮고 오히려 계층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MZ세대는 기성 세대와 달리 상대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는 부유해지고 있다는데, 젊은 세대는 오히려 살기 팍팍해졌다.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가격까지 치솟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월 평균소득은 221만원이다. 30대가 되면 335만원, 40대가 되면 357만원으로 오르지만 노동 소득만으로 집·자동차를 살 수 있다고 기대하는 사람은 적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산층이 없어진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양극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MZ세대는 본인들의 상황이 현재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 전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온 ‘여우 로고’에 환호

이러한 맥락에서 MZ세대에게 중요한 건 ‘정신적 허세를 충족시키면서도 내 생활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소비’다.

준명품으로 자리잡고 있는 컨템포러리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일반 의류 브랜드보다 비싸 상품 희소성이 있으면서도, 반팔티 한장 가격이 10~20만원 선이라 생계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컨템포러리 브랜드는 MZ세대 사이에서 각광받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여우 로고가 특징인 프랑스 브랜드 ‘메종키츠네(Maison Kitsuné)’는 다른 브랜드들을 제치고 몇 년째 인기 순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매년 매출이 상승하고 있는 이 브랜드는 올해(1월 1일~5월 9일) 누계 매출만 전년 동기 대비 96% 늘었다.

최근 떠오르는 브랜드 ‘아미(AMI)’도 마찬가지다. 창립자인 알렉상드르 마티우시(Alexandre Mattiussi)가 하트와 A를 조합해 만든 본인의 서명에 영감을 받은 로고가 특징이다. 올해 1월에서 5월까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8% 신장했다. 남들에게 보여줄 로고는 없지만 특유의 디자인으로 인기를 얻는 브랜드도 있다. ‘크로아상백’으로 유명한 ‘르메르(LEMAIRE)’의 올해 누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늘어나는 명품 소비 “양극화” vs “월급 모아 구매”

때로는 고가 명품을 지르는 과감함도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여행이 줄자 MZ세대는 그동안 모은 돈을 들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명품 매출 중 20·30대 구매 비중은 50.7%로, 처음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연령대별로 비교했을 때 20대는 10.9%, 30대는 39.8%를 기록했다. 2018년과 2019년에 20·30대 비중이 모두 49.3%였다. 롯데백화점도 20·30대 구매 비중이 최근 3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매출 증가율도 다른 세대에 비해 높았다.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명품 매출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20대 매출 증가율은 37.7%로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 30대는 28.1%, 40대는 24.3% 증가했다. 2019년에도 20대는 28.8%의 매출 증가율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백화점에서는 MZ세대를 공략한 회원권을 연이어 출시하는 등 젊은 세대가 명품에 빠졌다고 진단하고 있다.

MZ세대의 명품 구매를 사치로 규정하긴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 교수는 “이전에도 2008년 금로벌금융위기, 1998년 IMF 때도 좌절했던 세대들이 과감한 소비를 했는데 현재가 더 심해졌다”며 “이들이 사치스럽게 명품을 사재끼는 건 아니고, 명품 한 두개 가지는 걸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대 내 격차가 명품 소비에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MZ세대라 해서 경제 상황이 다 안 좋은 건 아니다”며 “부모 세대한테 돈을 받거나 대기업에 취업한 사람들이 여유가 생겨서 명품을 사는 것일뿐, 모든 젊은 층이 명품을 산다고 말할 순 없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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