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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적북적]벌할 대상 찾아다니는 당신, ‘정의 중독’

‘청순한 모범생 이미지로 잘나가던 여성 탤런트가 불륜을 저질렀다’‘식당 종업원이 문제될 만한 영상을 장난으로 sns에 올렸다’’대기업이 광고에서 차별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이런 뉴스는 인터넷에 순식간에 퍼진다. 이어 온갖 욕설과 비난, 인격모독성 글들이 넘쳐나고 신상정보 공개로까지 나아가게 마련이다. 설사 잘못한 일이라고 해도 직접적 피해자도 아니고 당사자와 일면식도 없는데,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미움으로 짓밟아야 직성이 풀린다면 ‘정의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일본의 저명한 뇌과학자 나카노 노부코는 벌할 대상을 찾아 다니며 타인을 절대 용서하려 하지 않는 상태를 정의에 취해 버린 중독 상태, 이른바 정의 중독이라고 말한다.

정의 중독은 누구나 빠질 수 있다. 이는 타인에게 정의의 철퇴를 가할 때 뇌의 쾌락중추가 자극을 받아 쾌락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이 쾌락에 한번 빠지면 쉽게 헤어나지 못한다.

반대급부는 있다. 타인의 실수를 비난하여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순간의 쾌락을 얻는다해도 상대방을 미워하고 매도하는 자신에 실망하며 자기혐오에 빠질 수 있고, 이런 상태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타인에게 필요 이상의 분노와 불만, 미움을 품지 않고 평온하게 사는 건 어려운 일일까?

저자에 따르면, 타인을 용서할 수 없는 감정의 발로는 뇌 구조와 관련이 있다. 누군가를 용서하지 않는 대신 자신을 긍정하고 자신이 옳다는 것을 인정받으려는 욕구때문이다. 상반된 의견을 가진 대상을 찾아 싸움을 걸면 그만큼 자신이 올바르게 살아가는 정의의 수호자처럼 느껴지고, 자신의 주장이 곧 정의이며, 그것이 세상의 진리라고 믿는 확증편향이 생기게 된다.

정의 중독의 가장 흔한 예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주장하는 상대나 특정 팀을 응원하는 사람을 용납하지 못하는 경우다. 자신과 다른 것을 모두 악으로 간주하고 '몰상식한 인간'으로 규정하는 것 역시 그렇다.

진보와 보수의 대립, 집단간 다른 정의 기준으로 갈등이 일어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자신의 집단을 지키기 위해 다른 집단을 공격하는 행위를 정의라 생각하고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행위로 여기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특히 비대면인 인터넷, SNS에서 쉽게 일어난다.

저자는 정의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미워하는 대신 내가 혹은 내 뇌가 용서할 수 없다고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보라고 조언한다. 상대의 발언을 평가하고 부정하기 전에 왜 상대가 그런 말을 했는지를 생각해 보라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는 습관을 들여 메타인지를 높이는 것이다, 메타인지 능력은 타인에게 공감하고 타인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려면 좋은 만남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정의 중독/나카노 노부코 지음, 김현정 옮김/시크릿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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