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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쓴소리와 민주당

“현 정권의 위선을 제대로 보여준 게 조국 사태라고 생각한다. 일단 그게 현 사태의 시발점이 되지 않았을까.”(20대 여성)

“문재인 대통령이 12평짜리 아파트에 가서 애 두 명까지 키울 수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진짜 12평에 살면 그런 말이 나올까.”(30대 남성)

쓴소리가 쏟아졌지만 듣는 이는 없는 듯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7 재보선 참패 원인을 외부 기관에 의뢰해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지만 관심을 갖는 여당 의원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일부는 보고서 존재 유무조차 몰랐다고 한다. 사실 핵심 내용이 꾸준히 제기되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관심을 주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한 달여 동안 그 쓴소리를 민주당이 제대로 들었는지 의문이다.

민주당 시울시당이 최근 당 의원들에게 전달한 포커스 그룹인터뷰(FGI) 결과보고서에는 재보선 참패 원인과 차기 대선 생존조건에 대한 민주당 이탈층·잔류층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겼다. 보고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떠받치던 중도+진보연합이 깨졌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이후 민주당 우위의 정치연합이 지난해 총선을 끝으로 사실상 해체된 것으로 봤다. 특히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고 이탈한 이들은 ‘조국 사태’와 ‘부동산’ 문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조국 사태와 관련해서는 “그들만의 리그” “현 정권의 위선” 등을 꼬집었다. 부동산 문제와 LH 사태와 관련해서는 “평생 모아도 집을 살 수 없겠다”는 좌절감을 토로하는 의견이 제시됐다.

잔류층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보고서는 잔류층에서도 주변 여당 지지자들의 이탈을 체감하고 있으며, 차기 대선에 대한 동요와 불안감이 확인된다고 분석했다. 조국 전 장관 이슈와 검찰개혁을 놓고 ‘보수 프레임론’이라는 외인론과 ‘지나친 조국 감싸기’라는 내인론으로 부딪쳤다. 부동산정책과 LH 사태에서는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론이 우세했지만 외인론을 주장한 이들은 ‘보수언론의 프레임에 현혹된 결과’로 보기도 했다.

보고서는 민주당 생존조건으로 ‘선민생·후개혁’을 제시했다. 코로나19와 부동산 등 민생을 우선 챙기고 권력기관 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다. 네거티브 패러다임에서 탈피해 포지티브 기반 경쟁으로 나아가야 책임전가·오만의 이미지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민주당 이탈층 목소리뿐 아니라 이탈 가능성이 큰 잔류 내인론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내년 3월 차기 대선을 위해서다. 보고서는 특히 코로나19와 민생이라는 합의 이슈를 전면에 내세워 심판론의 명분을 억제하고 성과창출을 통해 이탈층 복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지난해 총선 압승의 의미를 정부여당의 개혁의제에 대한 위임으로 이해하는 경향에서 탈피해야한다고도 했다.

참패 직후 민주당 내부 곳곳에서는 뒤늦은 후회의 탄식이 터져 나왔고 “쇄신하겠다” “혁신하겠다”는 반성문이 잇따랐다. 그로부터 한 달이 넘은 현재 새로운 당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이 선출됐지만 아직 변한 게 없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쓴소리를 공격으로 인식하기보단 발전을 위한 약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갖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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