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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0년생 공무원이 왔다”...출세보다 워라밸! [창간 48주년 MZ세대를 엿보다 ②정책 영향력]
할말은 한다...시보떡 관행 바꾼 젊은 공무원
5급 아래 500여명 ‘정부혁신 어벤져스’ 활동
서열문화 흔들...더 좋은 직장 생기면 이직도

권리 주장에 적극적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공직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워라밸’을 중시하고 공정한 처우를 요구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20~30대 중심의 MZ세대가 촉발한 삼성, 현대차, LG 등 대기업그룹의 성과급 보상체계 개편처럼 공직사회에도 상사 눈치보지 않고 불합리한 것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12일 각 부처에 따르면 MZ세대 중앙부처 공무원들로 구성된 ‘정부혁신 어벤져스’ 2기가 활동 중 이다. 정부혁신 어벤져스는 부처별로 과장급 이하 실무자들이 정부혁신 방안을 논의하던 모임인 ‘주니어보드’를 43개 중앙부처로 확대해 연결한 것으로, 근무 햇수로는 10년 이하, 직급으로는 5급 아래인 젊은 공무원 5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연령대별로 보면 1991~2000년 출생자가 54%로 가장 많고, 1980~1990년 출생자 41%, 1980년 이전 출생자 5% 순이다.

이들은 첫 모임에서 ‘시보떡’으로 대표되는 불합리한 공직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공직사회 조직문화 혁신방향’을 공유했다.

앞서 올해 초 공무원 ‘시보떡’ 문화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커지자,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앞으로 이와 같은 불합리한 관행은 타파하겠다”면서 “젊은 공무원의 목소리를 듣는 ‘정부혁신 어벤저스’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보는 공무원 정식 임용 전 거치는 과정을 말한다. ‘시보떡’은 신입 공무원이 보통 6개월의 시보 기간을 마친 뒤 동료들에게 감사의 의미를 담아 떡을 돌리는 관행이었지만, MZ세대의 공직사회 진출 본격화와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를 갑질이라고 주장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와 논란이 됐다.

이처럼 공직사회에 MZ세대가 합류하면서 권위주의와 서열 문화가 흔들리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보고서 ‘공직 내 세대변화에 대응한 인적자원관리 방안’에 따르면 공무원 나이가 어릴수록 경제적 이유를 중시하지 않고 더 좋은 직장이 나타나면 이직하겠다는 비율이 높았다.

실제로 중앙부처에 입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무관을 비롯한 과장급들도 공직을 떠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산업통상자원부를 나간 과장급 공무원은 1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이 이직하는 곳은 학계·기업·법조계 등 다양하다. 이들이 퇴직을 결정한 것은 공직 생활이 예전만 못하다는 회의감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과거에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공직에 입문하면 국·실장으로 승진하는 게 어렵지 않았지만 요즘은 경쟁이 치열해지며 승진을 위해서는 상급자 비위를 맞춰야 하는 탓이다.

부처 중 엘리트 의식이 강했던 기획재정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기재부를 떠난 공무원은 100명에 육박한다.

기재부는 1월 5급 공채 신임 사무관(65기) 희망 부처 1순위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굴욕도 당했다. 5급 공채 재경 직렬에서는 기재부와 함께 산업부가 1순위 미달 부처 명단에 올랐다.

기재부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높은 업무 강도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질적인 인사 적체로 타 부처보다 승진이 느리다는 단점도 있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이 같은 국가 재정과 예산, 경제정책의 핵심을 담당하는 기재부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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