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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한·러 소재협력 초석 다지다

제조산업의 뼈와 살은 ‘소재’다. 소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원소를 합치거나 나눠 만든다. 러시아 화학자 멘델레예프는 원소마다 가진 독특한 성질을 처음 발견한 과학자다. 그는 1869년 원소 성질 사이에 비슷한 양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물질을 이루는 원소들의 질서가 세상에 밝혀진 순간이었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광물매장량 국가다. 전통적으로 화학 분야 원천기술을 보유한 러시아는 풍부한 자원을 활용해 소재산업을 발전시켰다. 특히 니켈·팔라듐·알루미늄·백금 등 주력산업인 자동차·조선·전자제품에 활용되는 희소 광물 소재(희토류)가 풍부하다. 근간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국가의 급속한 개발 성장과 전기자동차 배터리 분야가 주목받으며 이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요도 부쩍 늘었다. 이에 발맞춰 러시아는 2030년까지 희토류 생산 관련 시장 10% 이상 점유를 목표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희토류 등 광물 소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희토류 수요량 조정으로 국내 반도체·자동차 분야 생산이 일부 중단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총성 없는 소재전쟁 속에서 한국의 생존전략은 다자관계 구축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러시아는 매력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직 러시아는 소재 생산시설이 낙후돼 있고 산업활용 면에서 채산성이 낮은 상황이다. 미개발된 희토류 매장지역도 상당하다. 한국과 러시아가 소재 분야 과학기술 분야 협력을 통한 기술 협력을 추진한다면 소재 수급 다자관계 구축에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이미 한·러 혁신플랫폼을 활용한 양국 소재 분야 협력도 하나둘 결실을 보고 있다. 러시아 기업이 개발한 연자성 금속 소재를 바탕으로, 자성을 강하게 하고 투명도를 높인 금속와이어를 개발해 보안용지 분야 국산화에 성공했다. 러시아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RUSAL과 협력해 3D프린트용 알루미늄 분말기술 개발도 공동 진행 중이다. 러시아로선 이미 상용화에 들어선 3D프린트 소재시장에 진입할 기회로, 한국은 산업 현장에서 원하는 경량화 금속 공정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 특히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러혁신센터는 러시아 광공업산업 분야 국영기관인 VostNII와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광물 및 소재산업 기반 다양한 교류를 지원하고 있다. 공식 협력거점인 ‘한러혁신센터’를 활용한 한·러 소재 기반 민간 협력 추진도 좋은 방향이 될 것이다.

소재 분야 정부 정책도 확대되고 있다. 국가균형개발 발전계획에 따라 소재부품장비 실증화 지원센터가 인천 등 지자체에 설립되고 있다. 실증화센터는 중소기업의 기술자립화를 위해 출연연 연구자를 통한 소재 분야 애로기술 해결과 관련 전문기업 양성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여기에 러시아권 등 해외 원천기술 발굴과 공동 기술 개발을 통한 글로벌 진출 지원도 강화될 계획이다.

원소 주기율표를 만든 러시아 과학자 멘델레예프는 미래에 발견될 원소를 예측해 몇몇 자리에 빈칸을 만들었다. 그가 남긴 빈 원소 자리들은 후대 과학자들에 의해 모두 채워졌다. 그에겐 세상 모든 과학자가 경쟁자가 아니라 동반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양국의 협력 역시 ‘동반자’로서 기술 백년대계를 세우는 튼튼한 초석이 되길 기대해본다.

김규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러혁신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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