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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등래퍼4’ PD, "가사 통해 10대 생각과 시선을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최근 종영한 고교 랩 대항전 Mnet ‘고등래퍼4’에는 역대 최다인 무려 1만 2천여명이 지원해 아름다운 승부를 펼쳤다.

파이널5만 부각된 건 아니었다. 중간에 탈락한 참가자들중에도 실력이나 개성면에서 볼 때 아깝다고 느껴진 친구들이 많았다. 강서빈, 권오선, 강요셉, 황세현, 김다현 등등. 1등만 주목받는 게 아니라, 이들처럼 자신의 색깔과 메시지를 보여줬다면 등수에 연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고등래퍼4’를 연출한 이진아 PD를 인터뷰 했다.

Q. ‘고등래퍼4’ 시즌4의 특징은? 이전 시즌과 비교해 차별점은 무엇이었나요?

-아쉬운 탈락이 많기도 했지만, 그만큼 참가자들의 실력과 매력이 전반적으로 상승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난 시즌 대비 회차가 늘어나면서 좀더 많은 아이들이 주목 받을 수 있는 구성을 준비했고, 그 과정들 속에서 많은 참가자들이 빛날 수 있었다면 너무 다행입니다. 우승자뿐 아니라 참가한 모든 고등래퍼들에게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 드립니다.

Q.‘고등래퍼’는 ‘쇼미더머니’와 다르게 운용하는 것 같다. 고교생이라 중점을 두는 부분은, 또 멘토링에서는 어떤가요?

-미션 과정들을 준비하면서 첫 번째 의문은 ‘아이들이 해낼 수 있을까?’ 였습니다. 그래서 쇼미더머니 예선과는 다르게 개인별로 별도의 리허설도 준비해 긴장감을 해소 시켜주기도 하였고, 팀이 결성 되기 전에도 멘토링 시스템을 도입하여 미션 준비 과정을 멘토분들이 체크해주기도 하였습니다.

(방송에 나가지는 않았지만) 멘토링 과정에서 가사 외우는 것이 어렵다고 한 김다현 학생은 사이먼 도미닉 멘토가 알려준 방법으로 많은 도움을 얻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들 속에서 멘토들과 고등래퍼들 모두 서로에 대해 좀 더 마음을 열고 다가가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Q.10대들이 힙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은가요? 이전과 달라지는 것 같은가요?

-실제로 참가자 중 한 명인 이정운 학생의 아버지가 형사이신데, 아버지께서 종종 신고를 받고 나가면 ‘불량청소년’처럼 보이는 아이들이 꼭 힙합을 틀어놓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이정운 학생이 힙합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어른들(가장 먼저 아버지)의 힙합에 대한 시선이나 이미지를 바꿔놓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힙합, 랩은 스스로 가사를 써야 하다보니 그 속에 자연스럽게 자기가 가진 생각이나 신념, 살아온 이야기가 담기기 마련입니다. (이도훈 학생의 경우에도 말로 하면 못할 이야기를 가사로 풀어내는 것은 괜찮다고 한 적이 있죠) 자기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요즘의 10대들 속에서 가사를 통해 자기를 드러내는 이 세상의 모든 ‘고등래퍼’들이 좀 더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하고 어른들은 이들을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Q.‘고등래퍼’는 10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랩으로 풀어내죠. 랩에서 중요한 것은 삶이고 그것을 담는 것이라고 합니다. 멘토인 창모는 “상처를 내보임으로써 치유의 기회가 된다”고 했습니다. 첫날 이도훈 학생이 부른 가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너무 솔직해서. 사실 기성세대가 10대를 이해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그렇다면 ‘고등래퍼’는 10대들을 이해하기 가장 좋은 것이 아닌가요?

-저희 제작진도 처음 도훈 학생의 가사를 보고 놀라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 가사 또한 하고자 하는 이야기라면 ‘세상에 외치는 10대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했고, 멘토분들과 많은 시청자분들께서 잘 들어주셔서 그 이야기가 완성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고등래퍼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이 프로그램과 이 프로그램을 통해 표현되는 가사들을 통해 10대들의 생각과 시선을 기성세대가 조금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주제배틀’ 같은 미션을 추가하기도 하였고, 참가자들이 저희의 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가사들을 풀어내주지 않았나 싶습니다.(‘꿈’을 주제로 한 강서빈 학생의 가사를 보면 자신의 꿈보다도 엄마의 꿈을 이야기한 가사를 보며 놀라기도 했구요)

다시 한번 ‘고등래퍼’들의 가사를 찬찬히 되짚어 보시면 요즘 10대들의 생각을 이해하는데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Q. 파이널5의 힙합 스타일은 어떻게 봅니까? 또 이들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이승훈 학생은 다양한 스타일이 가능한 탄탄한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팀대항 단체곡 ‘Backpack’에서 보인 가성이나 세미파이널 곡 ‘Supernova’의 벌스를 통해 보여준 랩을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 외에도 탄탄한 랩 실력 하나로 파이널까지 올라온 다크호스 노윤하, 공격적 랩부터 ‘고등래퍼’를 통해 보여준 싱잉에 댄스실력까지 겸비한 김우림, 프로급의 안정적인 라이브 실력을 가진 박현진,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매력적인 톤을 가진 이상재 등 각기 다양한 매력을 가진 친구들이 파이널에 올라 좀 더 다양한 무대를 펼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방송으로도 나왔지만 이들이 각자 우승 공약을 펼치는 과정에서 누가 우승할 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각자 센 공약을 뱉어내느라 김우림의 ‘번지점프’, 노윤하의 ‘군입대’, 이승훈의 ‘삭발’ 같은 충격적 우승공약이 드러난 가운데,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결과 발표가 조금 더 재미를 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제로 현장에 있던 부모님들이 더 사색이 되기도...)

특히 군입대와 삭발을 앞에 둔 노윤하와 이승훈의 우승자 발표는 제가 그 동안 많은 서바이벌을 하며 본 결과 발표 중 가장 재미있는 순간으로 손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멘토들중에는 창모-웨이체드, 사이먼 도미닉-로꼬팀의 성적이 비교적 좋게 나왔죠

-네 팀의 멘토 모두 다 각자의 스타일대로 고등래퍼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점 꼭 알아주셨으면 하고, PD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감사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과에 따라 진행되는 경연이다 보니 결과적으로 봤을 때 두 팀이 파이널에 각 두 명의 학생을 올리게 되었네요.

먼저 사이먼 도미닉, 로꼬 멘토의 경우 자신들의 서바이벌 경험을 필두로 하여 노하우 전수부터 꼼꼼한 가사 검수, 무대 구성까지 전천후 멘토였다 할 수 있습니다. 각 팀이 연습 과정을 담은 셀프카메라 영상을 보내오는데 항상 가장 긴 분량을 촬영해 온 팀이 바로 사이먼 도미닉, 로꼬 팀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제 3의 멘토 그레이의 참가자 맞춤형 비트 또한 그들의 우수한 결과의 공으로 빠트릴 수 없겠네요.

창모, 웨이체드 멘토는 마지막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힙합 특성화 고등학교의 교생’이라 칭하기도 할 정도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 간 멘토들이 아닐까 싶은데요. 네 팀의 멘토 가운데 가장 어린만큼 참가자들과 가까운 시선에서 함께 경연을 준비해 나간 멘토들의 노력이 우승자와 3등 배출이라는 결과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Q. 염따 멘토는 초중반까지 확 부각됐어요.

-아무래도 이전까지 방송 노출이 적었던 아티스트이기에 기대도 걱정도 많았던 멘토였는데, 참가자들을 대하는 모습에서 그 어떤 멘토들 보다 진심으로 아이들을 위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시선 처리나 긴장 해소 등에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모습들이 그 대표적인 장면이라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염따 멘토는 방송 초반부터 ‘우승을 바라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말해왔고 실제로도 세미파이널을 앞둔 인터뷰에서 ‘저희는 승리를 위한 음악을 하지 않습니다. 재하(더콰이엇,염따 팀의 유일한 세미파이널 진출자)를 위한 음악을 만들 뿐이죠’ 라고 말한 것으로 그의 생각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 이들의 관계가 더 기대되기도 하는 부분이고, 이러한 점은 몇일 전 발매한 ‘고랩 Losers’ 앨범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점 이기도 합니다.

Q.‘고등래퍼4’에 참가했던 멘토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창모 멘토는 ‘멘탈힐링’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매 녹화에서 멘토들은 고등래퍼들을 거의 자식 돌보듯 경연을 진행해왔습니다. 이러한 과정들에서 로꼬는 ‘좋은 기운을 얻어갔다’고 했고, 우기는 ‘이렇게까지 정들 줄 몰랐다’며, ‘점점 자신들의 주목 보다는 아이들이 잘 보여지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고 이야기했구요. 고등래퍼들 못지않게 멘토들 또한 성장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창모는 섭외 당시 한창 심적으로 힘든 시기였기에 출연 자체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나온 것을 정말 잘했다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멘토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점은 ‘고등래퍼4’를 통해 다양한 스타일의 좋은 실력을 갖춘 많은 아이들을 알게 되어 기쁘다고 하더라구요.

Q.이진아 PD께서 가장 인상 깊은 무대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창모가 피아노를 쳐준 이승훈의 세미파이널 무대가 기억에 남는데요.

-모든 무대를 다 잊을 수 없습니다. 방송이 끝난 지금도 풀버전 무대영상을 돌려보곤 하니까요. 아이들이 써 온 소중한 가사와 이야기들이 어떻게 하면 비주얼적으로 좀 더 잘 전달될 수 있을까 고민하여 많은 스탭들의 도움으로 꾸며낸 무대들인데...

지금 돌이켜보면 김우림 군의 세미파이널 곡인 ‘COLD’가 기억에 남네요. 진짜 자신의 속내를 끄집어낸 가사이기도 했고,(처음 가사를 받고 우림군의 진심이 전해져 울컥했던 기억이 나네요) 피처링으로 도움을 준 수퍼비가 무대를 떠나고 그 무대에 오롯이 혼자 남아 있는 김우림 군의 등뒤로 우림군을 비추는 빛줄기 하나가 마치 앞으로 김우림 군을 응원할 가족 혹은 팬들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했구요.

Q.이진아 PD께서는 앞으로 ‘고등래퍼’를 어떻게 끌고갔으면 하는지요?

-‘고등래퍼’는 예비고1~고3에게 참가가 제한된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매 시즌 참가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이번 시즌을 진행하며 더욱 느낀 점이기도 한데, 지금 10대들이 자신을 표출할만한 특별한 창구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다음 시즌이 있다면, 매 시즌 성장한 모습의 다양한 참가자들이 등장했듯 다음 시즌의 참가자들 또한 기대가 되고, 이번 시즌의 아쉬운 참가자들이 (나이가 허락하는 한) 참가한다면 더욱 뛰어난 성장을 보이지 않을까 싶네요. 힙합을 사랑하고 랩을 통해 이야기하는 10대들이 있는 한 ‘고등래퍼’는 계속 되었으면 합니다.

Q. ‘고등래퍼’는 한국 힙합씬에 어떻게 기여하고 싶은지요.

-박재범 멘토가 했던 말이 기억나는데요. ‘지금까지 한국 힙합씬을 만들어 온 우리가 미래의 한국 힙합씬을 이끌어 갈 친구들을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싶다.’ 이 것이 바로 ‘고등래퍼’가 한국 힙합신에서 갖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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