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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희의 현장에서] 반값 거래?...실거래가 신고제의 허점

최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둘러보다 눈에 띄는 거래를 한 건 발견했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 동아3차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30일 5억4000만원에 거래됐다는 내용이었다. 직전 거래가격이 10억6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분명 이상한 거래였다.

현지 중개업소들의 반응도 같았다. “그럴 리가 없다” “잘못 보셨겠죠”라고 했다. 하지만 직접 확인하고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스템 오류일 것이라는 추측부터 전세를 매매로 신고하거나 금액을 잘못 적은 것 아니냐는 어림짐작까지 의견도 제각각이었다.

무슨 일이었을까. 강서구청과 서울시청에서도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 시스템 오류가 아니라는 점, 매매계약 신고에 따라 정확하게 등재된 사례라는 점까지만 확인할 수 있었다. 강서구청은 “실거래가 신고와 관련해 시세와 비교 분석하는 부분은 없다”고 했고 서울시청도 “국토부의 모니터링 절차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했다. 누가 봐도 이상한 거래가 신고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지자체는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중개사의 단순 실수일 수도 있다. 실제 거래신고 해제 건의 상당수는 입력 착오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편법 증여나 지인 간 부적절한 거래 등의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 해당 평형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이 거래가와 동일한 5억4000만원이라는 점도 궁금증을 더하는 대목이다.

의문을 제기하자 서울시 측은 “표준가격보다 거래금액이 현저히 낮은 이상 거래로 보인다”며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 실제 오간 금액이 맞는지 보고 소명을 받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실거래 조사권한이 없어 검증에 한계가 있다고 시 관계자는 토로했다.

통상 실거래 조사는 국토부가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걸러낸 이상 거래 의심 사례를 직접 살피거나 각 지자체에 전달해 검토하게 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반값 거래의 실체는 아직 모른다. 추후 중개사 실수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해프닝으로 넘어갈 문제는 분명 아니다. 시장에서 발생한 이상 거래를 일찍 발견하고 조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거래가 신고 시스템과 모니터링 시스템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이는 수개월 전 언론을 떠들썩하게 한 ‘실거래가 띄우기 의혹’을 떠올리게 한다. 실거래가를 높게 신고한 뒤 계약을 해제하는 방식으로 호가를 조작하는 행태가 시장에 만연하다는 지적이었다. 시장의 탐욕이 불러온 결과였지만 실거래 신고를 철저히 검증하지 못한 정부에도 책임은 있다.

실거래가 신고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방법론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당위성에 대해선 누구도 반박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거래가 신고 시스템 개선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순서상으로는 모니터링 강화가 우선 돼야 한다. 실거래가가 현저히 낮거나 높은 거래, 동일인의 반복 거래 등이 발생할 때 신고자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시장 혼란은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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