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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록의 여배우’ 최정원·신영숙...무대를 휘어잡다
‘시카고’ 최정원, 춤·노래·연기 완벽 소화
‘팬텀’ 신영숙, 믿고보는 배우 캐스팅 1순위
최정원
신영숙

관록의 여배우들이 무대를 휘어잡는다. 무대 인생 33년차에 접어든 배우 최정원과 23년차 배우 신영숙이다. 두 여배우는 매순간 무대 위 ‘신 스틸러’다.

최정원이 뮤지컬 ‘시카고’에 출연한 것은 이 작품이 한국에 상륙한 2000년부터다. 1920년대 쿡 카운티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풍자극 ‘시카고’(7월 18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남편을 죽이고 교도소에 간 여배우 벨마 켈리 역을 맡은 최정원은 이 역할로 21년째 무대에 오르고 있다. 희대의 넘버(음악)인 “컴 온 베이비(Come on baby) 함께 즐겨봐 앤 올 댓 재즈(All that jazz)”를 부르며 첫 장면을 여는 최정원은 등장과 함께 무대를 압도한다.

사실 벨마 켈리 역할은 쉽지 않다. 제작사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이 역할은 춤, 노래, 연기 등 세 가지 모두를 요구한다”라며 “극 중 벨마의 나이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정상에서 내려온 여배우라는 설정이 있다. 그 나이대에 세 가지를 균형있게 하는 배우가 우리나라에 많지 않다”고 말했다.

‘시카고’의 시즌이 거듭될 때마다 최정원의 이름이 벨마 옆에 따라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해학과 풍자가 가득한 시대극에 맞게 캐릭터를 소화하고,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안무와 노래를 완성한다. 제작사 측에선 “배우 최정원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자기 관리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 뒤엔 최정원의 작품에 대한 노력과 애정이 있다. 연습 중 쉬는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고, 체력 관리를 위해 걷기 운동을 할 만큼 혼신을 다한다. 50대에 접어든 나이에도 고난도의 안무를 선보이는 무대에서 여유로움이 따라오는 이유다.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하나의 캐릭터를 여러 번 하면 어느 시기엔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는데, 최정원은 항상 이전 시즌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준다”라며 “누구보다 벨마 캐릭터가 안에 박혀 있고, 벨마를 잘 알고 있는 배우다. 매번 새로운 벨마를 보여줘, 새로운 시즌에서의 모습이 기대를 모으게 한다. 최정원을 대체할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뮤지컬 계에선 또 한 명의 ‘믿고 보는’ 배우로 꼽히는 신영숙은 ‘팬텀’(6월 27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이전 작품들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2015년 ‘팬텀’ 첫 시즌을 시작으로 올해로 세 번째 ‘팬텀’과 만난 그는 이 작품에서 능청스럽고 매력적인 악역 ‘마담 카를로타’를 맡았다. 카를로타는 엉망진창인 노래 실력을 가지고도 극장장의 아내라는 이유로 디바 자리에 오른 인물. 이 캐릭터는 신영숙을 만나 매력지수를 높였다.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 관계자는 “마담 카를로타 역할은 신영숙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악역이지만 밉지 않아야 하고, 음치 연기를 하지만 듣기 싫지 않아야 하는데 신영숙이 그 중간 지점을 노련하게 찾아내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신영숙은 많은 작품에서 무게감 있는 역할로 극의 중심을 잡았다.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 ‘명성황후’의 명성황후, ‘모차르트!’의 남작부인 등 진중하고 카리스마 있는 역할로 각종 시상식을 휩쓴 뮤지컬계의 여왕이다. 하지만 ‘팬텀’에서만큼은 신영숙이 등장하는 장면마다 분위기가 180도 전환된다. 진지하게 이어지는 극 안에서 신영숙은 화려하게 치장한 디바의 모습으로 코믹 연기를 마다 않는다. 한껏 끌어올린 음성으로 남편 숄레를 ‘꼬미 꼬미 쪼꼬미’라고 부르는 장면에선 웃음이 절로 터진다. 여주인공 크리스틴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의 천부적인 재능에 놀람과 짜증, 관심을 빼앗긴 디바의 못마땅하면서도 참담한 심경까지 파노라마처럼 연이어 보여준다. 신영숙의 설득력 있는 연기에 객석의 시선은 ‘신칼롯’(신영숙+카를로타의 합성어)으로 향할 수 밖에 없다.

EMK 관계자는 “그동안 맡아온 역할과는 달리 신영숙은 실제론 유쾌한 에너지가 넘치는 성격으로 마담 카를로타를 맡았을 때 시너지가 크게 발휘된다”라며 “그래서 초연 때부터 연출진의 캐스팅 1순위로 꼽혀 왔다. 카를로타를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든 신영숙은 ‘팬텀’에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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