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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원식 회장 결국 사퇴로 ‘불가리스 사태’ 일단락되나 ‘가족경영’ 남양유업 쇄신안 나오나
洪 회장, 첫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자녀에 경영권 물려주지 않겠다”
폐쇄적 경영구조 변화 예의주시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논현동 본사 3층 대강당에서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 효과 논란에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회장직 사퇴를 밝혔다. 박해묵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결국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홍 회장은 특히 자녀들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했다. 이에 따라 그간 남양유업을 둘러싼 ‘가족경영’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기 위한 경영쇄신 방안이 추가로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홍 회장 “회장직에서 전격 사퇴”=4일 서울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불가리스 논란과 관련해 실망하고 분노한 국민들과 직원, 대리점, 낙농가 등 모든 관계자들을 향해 눈물의 사죄를 했다. 그는 “가장 오래된 유가공 기업으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았지만 회사의 성장만을 위해 달리다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의 부응에 기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특히 홍 회장은 “모든 것을 책임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남양유업의 이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포함한 주요 경영진이 모두 사퇴하고, 자신의 아들도 경영에 복귀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날 남양유업의 구체적인 조직 쇄신안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주요 경영진인 홍 회장과 이광범 대표, 장남인 홍진석 상무 등이 모두 사퇴한만큼 새로운 이사진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조만간 꾸려지는 등 남양유업에도 새 바람이 불어올 전망이다

앞서 이 대표이사는 지난 3일 사내 메일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절차에 따라 물러날 것”이라고 사의를 전한 상황이다. 홍 회장 장남이자 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인 홍 상무는 이미 회삿돈 유용 등을 이유로 보직해임됐다. 이날 홍 회장의 사임 발표로 남양유업의 사내 이사 네 자리 중 세 자리가 공석이 됐다.

▶불가리스 사태의 원인은 ‘탑다운’식 의사결정 구조=홍 회장을 국민들 앞으로 불러세운 것은 ‘불가리스 사태’라는 사건이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자사의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남양유업의 연구 결과는 초기 단계인 ‘세포단계’ 실험 결과를 발표한 것인데, 마치 불가리스를 마시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하도록 발표했다. 덕분에 일부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는 불가리스가 품절됐고, 주가는 심포지엄 직후 가격 제한폭까지 올랐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한국거래소는 주가 조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불가리스 생산공장이 있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에는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 부과가 사전통보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논란의 소지가 충분한 심포지엄이 내부적으로 어떠한 ‘브레이크’ 없이 빠르게 진행됐다는 점에 대해 홍 회장이 직접 관여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봤다. 의약품이 아니라 식품을 특정 질병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홍보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불문률인데, 이에 대한 고려없이 진행된 것은 오너의 판단이 없이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남양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이 또다시 회사를 사지로 몰고 간 셈이다.

▶근본 문제는 ‘가족경영’의 지배구조=남양유업이 이처럼 리스크 관리에 매번 실패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가족경영’으로 점철되는 폐쇄적인 지배구조가 원인이었다. 홍 회장이 회사 지분은 물론 이사회까지 장악하면서 홍 회장의 결정에 어떤 브레이크도 걸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실제로 남양유업의 이사회는 총 6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중 4명이 사내 이사다. 사내 이사 중 홍 회장과 그의 모친인 지송죽 여사, 아들 홍진석 상무 등 총 3명이 가족이다. 나머지 한 명 역시 홍 회장이 임명한 이 대표이사였다. 홍 회장이 이사회의 3분의 2를 장악하면서 어떤 결정이든 자유롭게 내릴 수 있게 된 셈이다. 심지어 다른 상장사에서 운영 중인 이사회 산하 위원회가 남양유업 이사회에선 아예 없다. 하지만 사내 이사 중 지 여사를 제외한 3명이 사퇴를 결정한 만큼 남양유업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신소연·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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