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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삼성가의 통 큰 기부, 국가도 상응한 행동 보여줘야

고(故) 이건희 회장의 상속과 관련한 삼성가의 ‘통 큰’ 결정이 놀랍다. 12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상속세 규모도 그렇지만 문화재 물납 가능성을 아예 포기한 ‘이건희 컬렉션’의 국가기부는 심지어 충격적이다. 1조원에 달하는 의료 분야 기부도 상상을 넘어선다.

삼성가는 상속세 12조원을 신고하고 5년에 걸쳐 분납하기로 했다. 이 회장의 유산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 주식과 미술품, 에버랜드 부지 등 22조원가량이다. 그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겠다는 것이다. 30억원 이상 거액·최대주주 할증과 자진신고 공제(3%)의 현행 상속세법에 따라 실효세율 58%가량을 적용한 금액이다. 절세 편법 하나 없이 신고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나라 전체의 상속세 수입이 4조원이다. 코로나 재난지원금도 6조~7조원이다. 삼성가 상속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비교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관심을 끈 ‘이건희 컬렉션’의 사회환원이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한 국보급 국내 고미술품은 물론, 모네의 ‘수련’ 등 세계 최고 명작까지 이 회장이 평생 모은 작품이 무려 2만3000여점에 달한다. 감정가는 3조원이라지만 시가는 10조원이 넘는다는 게 정설이다. 국제 경매로 팔아 상속세를 낸다 해도 잘못된 일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문화의 정수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걸 국가가 걱정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삼성가는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던 이건희 회장의 유지를 받들었다. 곧 전국적인 ‘이건희 컬렉션전’이 열린다니 결과는 국민 문화향유권으로 나타날 것이다. 누구도 쉽게 하지 못할 일이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응(7000억원)과 희귀질환 아이들을 위한 지원(3000억원) 등 의료 분야 1조원 기부계획도 향후 국민이 받게 될 혜택을 고려하면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이 정도면 기업이 국가와 국민에 기여하는 수준으로는 가히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렵다. 기업보국의 한 획을 긋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삼성가에서 대가를 바라고 결정한 일은 아닐 것이다. 고인의 유지를 받들고 법규를 준수했을 뿐이다. 사회공헌도를 높이고 경영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준법경영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다. 제아무리 삼성이라 해도 당연한 결정으로 보기엔 그 규모가 너무 크다.

이제 국가도 상응하는 행동을 보여줄 만하다. 그래야 마땅하다. 최선을 다한 기업 일가에 국가가 관용을 베푸는 건 일종의 도리다. 사면 결정에 이보다 좋은 명분과 타이밍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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