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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알맹이 빠진 공동주택 공시가 산정자료 첫 공개

정부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잘못 산정했으니 고쳐 달라고 요구하는 집주인들의 신청이 급증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전국 평균 19% 오른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초안’을 발표한 뒤 이의를 제기한 의견이 5만건에 육박(4만9601건)한 것으로 집계됐다. 역대 가장 많았던 2007년(노무현 정부) 5만6355건 이후 14년 만에 최대이고 지난해보다도 33%나 증가한 규모다. 하늘을 찌를 듯한 공시가격에 대한 원성이 노무현 정부를 계승했다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재연된 것이다. 공시가격이 70% 오른 세종시에선 이의신청이 무려 14배 가까이 늘었다. 집주인들의 불만이 이처럼 쏟아졌지만 공시가격이 조정된 비율은 고작 5%에 그쳤다.

‘깜깜이 공시가’에 대한 논란이 워낙 크다 보니 정부가 29일 공시가격이 어떻게 산정됐는지 볼 수 있는 근거자료를 올해 처음 공개하긴 했다. 하지만 내 집의 공시가격이 왜 이렇게 올랐는지 명쾌하게 이해하기엔 자료가 충실치 않다. 이날 공개된 주택특성(향·조망·역세권 등)과 가격 참고자료(주변 실거래가·시세 정보 등)는 인터넷만 검색해도 쉽게 알 수 있는 일반적 내용이다. 정작 공시가격 산정 근거의 핵심으로 꼽혀왔던 ‘적정 시세’와 현실화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가 내 집을 얼마로 판단해 공시가격을 매겼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물론 전국 1450만가구의 산정 근거를 세세히 공개하고 한 치의 오차 없이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일은 어느 정부든 쉽지 않은 일이다. 대단지 아파트는 거래가 활발해 공시가격 산정 근거를 따질 때 형편이 나은 편이다. 반면 거래가 뜸한 ‘나 홀로 아파트’나 연립주택은 산정 근거를 따지기가 어려운 현실에도 제약이 있다. 문제는 이런 현실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 목소리에 정부가 귀를 닫고 있다는 데 있다. 현재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은 부동산원 직원 500여명이 전국 1450만가구를 커버하고 있다. 500여명 가운데 전문가인 감정평가사는 200여명으로, 절반이 안 된다. 국토부는 이런 인력구조가 공시가격 산정 부실로 이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공시가격 반발을 줄이려면 국토부와 부동산원이 전담하던 산정·평가에 전문가단체인 감정평가사협회를 포함시키고 이를 각 지자체가 검증하는 방식을 검토할 만하다. 절차가 많아지는 단점은 있지만 오류는 줄어들 것이다. 또 현재 시세 대비 90%까지(2030년 목표)로 설정돼 있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80% 선으로 낮춰 집값 급변기에 보유세 부담이 급등하는 것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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