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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코인은 죄가 없다

올해는 투자사에 기념비적인 한 해가 될 것 같다. 역사에 기록될 투자 기록들이 새롭게 쓰이면서다. 연초 주식시장 활황에 유례없는 투자자금이 몰려들며 불과 4거래일 만에 3000포인트를 넘어서더니, 거래대금과 투자자예탁금, 신용융자잔고 등의 기록을 연이어 갈아치웠다. 거대한 유동성은 상대적으로 더딘 흐름을 보이던 코스닥시장의 ‘1000포인트 재탈환’을 이끌었고, 이제는 가상자산의 투자 광풍 현상을 낳고 있다. 24시간 투자가 이뤄진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가상자산의 거래대금은 이미 코스피의 일평균 거래대금을 넘어섰다.

투자를 오래 해온, 이른바 전문가들은 최근의 이런 현실에 우려를 표한다. 특히 열기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가상자산 투자에 대해서는 ‘도박’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하게 비판한다. 20·30대의 젊은 세대가 무모한 베팅을 일삼고 있다는, 이른바 자비롭고 현명한 ‘꼰대’를 자청한다. 일리가 있다. 그들의 우려대로 가상자산의 투자는 상당한 리스크를 수반한다. 설계 당시에는 각자 화폐로서의 기능을 상정하고 있지만 현재 거래시장은 소위 가격변동성에 베팅하는 ‘투전판’에 다름없다.

그런데도 최근의 투자 현상을 무모한 행동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들의 투자는 이익과 손실을 떠나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어서다. 이른바 ‘벼락거지’ 리스크의 헤지 차원에서다.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을 상징하는 ‘벼락거지’는 한층 거세지는 자산투자 열풍의 기저에 깔린 공통 심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이 펴온 완화적 통화 정책은 자산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와 방관한 이의 자산계급 격차를 극대화시켰다. 노동소득에 의존했던 이들은 자산계급의 하층민으로 추락했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감행한 이의 자산계급은 급상승했다. 시작은 부동산이었고, 이어 주식과 채권 등 자본시장을 거쳐 최근에는 원자재 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아마도 현재 벌어지는 가상자산 투자 열풍은 이 흐름의 최정점이 아닐까 싶다. 아직 자산으로 명확히 인정받지 않은 무형의 대상에 투자금을 밀어넣는 현상은 분명 과거와는 다른 흐름이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투자활동을 쉬고 있는 게 막대한 리스크를 동반하는 시기다. 돈을 놀려선 안 된다. 투자를 안 하고 노동소득을 차곡차곡 쌓아놓는 건 스스로 상당한 리스크를 자초하는 시대다. 대한민국의 자산 격차를 극대화한 집만 봐도 그렇다. 적어도 한 채는 가지고 있는 게 중립적 포지션이었다. 무주택자는 결과적으로 집값 하락에 베팅하는 리스크를 지고 또 다른 도박을 벌인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런 흐름에서 보자면 가상자산 또한 죄악시할 대상이 아니다. 일정 부분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할 자산일 수 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탈중앙화를 외치는 가상자산의 미래가 결코 허황된 망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투자의 목적과 투자금의 규모만 적정하다면 말이다.

‘벼락거지’ 용어가 통용되는 작금의 현실이 솔직히 불편하고 서글프다. 노동의 가치가 자본의 가치에 비해 홀대받는 현실 또한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도 현실은 인정해야 한다. 당위를 떠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투자의 시대’라는 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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